불법대출 등 7조원대의 금융 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은행 대주주나 임원의 비위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전직 직원들에게 입막음 대가로 수십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5일 부산저축은행 퇴직 직원 최모씨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부산저축은행을 순차적으로 퇴직한 최씨 등은 퇴직 시기를 전후해 은행 임원 등을 상대로 "대주주와 주요 임원의 비리를 알고 있다"며 협박, 은행에서 1인당 5억원 이상씩의 거액을 각각 받은 혐의다. 특경가법상 공갈 혐의는 공갈로 얻은 금품 액수가 5억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는 점에서 최소 20억원의 거액이 이들에게 건네진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4명이 공범 형태가 아니라, 각각 개별적으로 한 범행"이라고 말했다.
공갈 혐의는 자신이 돈을 받았을 때뿐만이 아니라 제3자가 이득을 취하게끔 했을 때도 성립하기 때문에 최씨 등은 은행에 비위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입막음 대가로 직접 돈을 받아 챙겼을 가능성과 함께, 자신과 관련된 업체 등에 대한 대출을 요구했을 개연성도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4일 새벽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부산지검 특수부의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을 수사팀인 중수2과에 배치해 수사진을 확대하고, 부산지검과의 합동수사 형태였던 수사 주체를 중수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추가 비리는 물론 금융감독원의 부실 검사 의혹,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빠져나간 불법대출 자금의 흐름 등을 본격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 등 정ㆍ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당분간 수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금감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 인출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를 중심으로 꾸려진 전담 수사팀은 부산과 대전 등에서 확보한 인출내역 자료, CCTV 화면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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