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자식사랑을 이용해 노인들에게 엉터리 제품을 팔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6일 거북이 반지 모양의 단순 금속장식품을 수맥파 차단 제품이라 속여 팔아 27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안모(50)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일당 6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을 떠돌면서 50~70대 노인 1,800여명을 상대로 시중에서 개당 1만5,000원에 판매되는 아연 재질의 금속 제품을 150만원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해당 제품이 유명 대학교에서 과학적으로 검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책자를 만들고, 안씨는 풍수관련 책을 5권이나 썼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상 묘 동서남북에 묻어두면 명당이 돼 자식들이 잘 된다" "집안 사방에 두면 우환을 물리칠 수 있다" "차에 두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등의 감언이설로 노인들을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한 피해자(76)는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사는 아들이 있다고 했더니, '이걸 집에 두면 장가간다'고 해 구입해 아들 방 구석에 놓았다가 아들한테 망신만 당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이들은 홍보 제조 모집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전국에 홍보관 82곳을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기업형 사기행각을 벌였다. 또 '떳다방'처럼 홍보관을 수시로 옮기는 방식으로 단속과 반품 요구를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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