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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해남 서정분교 기적같은 실화 동화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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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해남 서정분교 기적같은 실화 동화로 출간

입력
2011.05.0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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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의 땅끝마을에 있는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는 열두 폭 병풍처럼 둘러친 달마산과 새파란 보리밭 품에 안긴 작고 예쁜 학교다. 8년 전 학생이 5명밖에 안돼 폐교될 뻔 했다. 지금은 가고 싶은 학교로 꼽혀 멀리 읍내에서도 아이들이 온다. 지난달 이 학교 아이들은 진달래꽃 매화꽃을 따다가 화전을 부치는 요리 대회를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다.

서정분교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이웃 사찰인 달마산 미황사의 주지 금강 스님이 힘을 합쳐 살렸다. 금강 스님은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공동체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2003년 폐교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자 찬성하는 주민들과 교육청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방과후 교실을 알차게 꾸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자고 몇몇 학부모들과 뜻을 모았다. 음악, 미술, 컴퓨터, 생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부모들이 직접 교사로 나섰다. 금강 스님도 탁본과 다도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다.

폐교 위기를 넘기고 행복한 학교로 거듭난 서정분교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 (임정진 지음ㆍ조민경 그림ㆍ밝은미래 발행)가 나왔다. 구름이는 이 학교가 2009년 장만한 통학버스 이름이다. 아이들이 이름을 지었다. 아이들이 그린 풀꽃 그림으로 치장한 이 버스는 마을의 명물이다. 운전기사는 한 학생의 아버지다.

구름이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태어난 선물이다. 그전에 4년간 쓰던 통학버스는 폐차 직전의 낡은 버스여서 늘 위태위태했다. 읍내에서 40분 넘게 시내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아이들이 늘자 금강 스님이 그동안 모아 놓은 큰스님들의 글씨와 그림을 내놓고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서 산 버스였다. 안전을 생각하면 중고버스라도 사야 했지만 돈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피아니스트 노영심씨가 도움을 줬다. 미황사에서 연주회를 하고 만든 실황 음반 3,000장을 버스 사는 데 쓰라며 내줬다. 금강 스님과 학부모들이 열심히 그걸 팔아서 2,500만원을 모았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금강 스님은 몇 번 만난 적 있는 금호고속 사장에게 한번 부탁해보기로 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금호고속은 새 차나 다름없는 버스를 헐값에 내줬다.

구름이를 맞은 그해 가을 금강 스님은 아이들이 손글씨로 쓴 감사장을 미황사 괘불제에만물공양으로 올렸다. 미황사 괘불제는 매년 10월 폭 5m 높이 12m의 탱화를 절 마당으로 모시고 나와 여는 법회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1년간 거둔 결실을 만물공양으로 올리는데 농부들의 곡식 자루, 서정분교 선생님들이 그린 아이들 얼굴 그림,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 등 다양한 공양물들로 마을 잔치를 한다.

서정분교 이야기는 사찰과 작은 학교의 아름다운 공생을 보여 준다. 아이들에게 미황사는 놀이터이자 학습장이다. 스님들과 함께 탁본을 뜨고 한문을 배우고 생태 탐방도 한다. 학교 덕분에 마을도 살아났다. 아빠들이 직접 짠 책장, 엄마들이 꾸민 교내 작은 도서관, 동네 주민들이 심고 가꾼 교정의 나무와 꽃, 동네 잔치로 자리잡은 학예회 등 서정분교는 이제 마을의 중심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마을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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