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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버찌와 앵두도 모르는 것이 시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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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버찌와 앵두도 모르는 것이 시인이라니!

입력
2011.05.0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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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 청솔당 마당과 이웃 보리밭 경계에 체리나무 세 그루가 서 있다. 한 해 사이 키가 자라 우듬지가 더 높아졌다. 나는 그 나무를 물앵두나무로 알고 있었다. 나의 무지였다. 나무공부를 하는 시인 제자에게 따끔하게 배웠다. 체리나무는 관목이고 물앵두나무는 교목이다. 관목은 줄기가 곧고 굵으며 키가 큰 나무로 ‘큰키나무’로 부른다. 교목은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는 것으로 ‘떨기나무’로 부른다. 기초도 모른 채 물앵두나무라 했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체리는 모내기 무렵 익고 앵두는 가을에 익는다. 그 덕에 어린 시절 들었던 유행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의 풍경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물가에 키가 큰 앵두나무가 서 있는 풍경을 그렸는데 틀렸다. 해서 지난해 5월 24일 연재 ‘나눠먹는 즐거움’에서 ‘어느새 물앵두가 빨갛게 익어버렸다’는 첫 글은 틀린 문장이다. 그 물앵두를 체리로 바로잡는다. 체리나무의 열매를 버찌라 하는데, 단 맛 버찌와 신 맛 버찌로 구분한다고 한다. 결국 지금까지 10년 넘게 물앵두라며 따 먹고 이웃에 나눠주며 생색을 낸 것은 체리나무의 단 맛 버찌다. 버찌를 물앵두라고 알고 얻어먹은 분들에게 죄송하다. 체리나무가 지난 세월 동안 그런 나를 얼마나 비웃었을까. ‘초여름 버찌와 가을 앵두도 모르는 것이 서정시인이라니!’ 라며.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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