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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에 끼워진 붓, 세상을 그리다…세계구족화가協 정회원 임인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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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에 끼워진 붓, 세상을 그리다…세계구족화가協 정회원 임인석씨

입력
2011.05.0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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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그림을 그리는 여러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입이나 발로 미술작품을 그리는 구족화가들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6~13일 평택호예술관에서 ‘시와 그리고 삶과 나’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임인석(41) 화백도 이런 구족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양팔과 상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말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다. 이달 4일 오후 경기 평택시 독곡동의 임 화백 자택 겸 작업실을 찾았다.

작은 방 안에는 캔버스, 물감, 붓, 팔레트 등 화구로 가득했다. 한쪽 벽에는 대형 모니터가 딸린 데스크톱 컴퓨터가 설치돼 있었다. 주로 바닥에서 활동하는 임 화백의 눈높이에 맞게 캔버스와 모니터 등은 전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양 발로 키보드를 뚝딱거리자 ‘말을 하기 어려워 이걸로 대신 합니다. 반갑습니다’란 글자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왼발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발을 쓰는 솜씨는 훌륭했다. 팔레트를 오른발로 잡고 왼발로 연 뒤 왼발 엄지와 검지로 능숙하게 물감을 짰다. 이어 왼발로 붓을 집어 작업 중인 그림에 색을 칠해 나갔다. 온 몸을 뒤튼 자세와 달리 발로 하는 붓놀림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임 화백 아버지 임갑선씨는 “4, 5세 때 혼자 왼발로 연필을 잡고 그림 그리는 걸 본 뒤 그림도구를 몽땅 사줬다. 집에 놀러 온 지인들이 얘 그림을 보고 ‘좋다, 한 점만 달라’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임 화백은 국내에 6명밖에 없는 세계구족회화협회 정회원이다. 3년마다 전문 화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정회원을 선발할 정도로 정회원 되기는 쉽지 않다.

임 화백은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데 보통 1주일이 걸린다. 세계구족화가협회가 정회원들에게 부과하는 세 달에 6점과 비교할 때 왕성한 활동이다. 20대 때는 정물화와 풍경화 등을 많이 그렸지만 최근에서는 추상화에 주력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생각, 내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함께 삶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다.’ 임 화백은 추상화에 열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평택에서 처음 여는 대규모 시화전이다. 그림 140여 점과 직접 쓴 시 28편을 선보인다. 개인전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120회 이상의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자신의 동네에서 시의 도움으로 여는 첫 행사다. 개막식이 열리는 7일 오후 3시 직접 구족화 시연도 보여줄 예정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성공은 진행형’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목표를 세우고 함께 노력하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나갈 때 꿈은 이뤄질 것이다. 내 가슴은 지금도 뜨겁게 뛰고 있다.” 탁 탁 탁! 임 화백의 양 발이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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