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테러 책임자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알 카에다 요원들에 대해 가혹한 신문을 했다고 털어놨다. 비무장 상태의 빈 라덴을 재판없이 사살, 국제법 논란에 휩싸인 미국으로서는 입장이 더 곤란해질 수도 있는 일이다.
2002~2005년 CIA의 대(對)테러센터장을 지낸 호세 로드리게스는 4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알 카에다 요원들에 대한 ‘강화 신문 기법’(EITsㆍ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이 빈 라덴 사살에 결정적 정보를 얻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대테러센터장으로 재임할 당시 알 카에다 작전 사령관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KSM)와 그의 후임자가 된 아부 파라즈 알 리비를 잇따라 체포했다. 당시 CIA의 해외 비밀 감옥에서 이들을 취조해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 모하메드는 183차례의 물 고문과 잠 안 재우기 신문을, 알 리비도 다양한 조사를 받았다고 로드리게스는 밝혔다. 그는 “알 리비가 빈 라덴의 연락책이 두 달에 한번 정도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자백했다”며 “이를 통해 결국 빈 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국가안보위원회의(NSC)의 토미 비어터 대변인은 “빈 라덴의 은신처 파악은 수년간에 걸쳐 다양한 정보원들로부터 나온 많은 정보를 취합 분석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의 관리들은 가혹한 신문기법이 고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신문과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파기한 혐의로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불기소처분됐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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