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정 자립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빚(지방채)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이지만 ‘운행도 못하는 전차’‘손님 없는 리조트’ 등 인기에 영합한 선심행정 관행은 여전하다.
지방재정의 최전선에 있는 송영길 인천시장, 이재은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석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이 4일 ‘위기의 지방 살리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방재정 파탄의 주원인은 세입은 중앙에, 세출은 지방에 편중된 구조에 있다고 분석하며, 중앙과 지방의 재원 배분을 재조정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기 위한 지방의회ㆍ주민의 감시 역할과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사회= 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2000년 60%였던 지방 재정자립도가 최근 51%대까지 떨어졌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재은 교수=“재정자립도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부터 짚어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로 지자체의 세출 영역이 계속 확대됐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0대 20이지만, 지출 규모를 보면 40대 60으로 지방이 더 많이 쓴다. 사회복지 등 지방정부의 업무 기능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는데 반해 재원 배분에서는 아직 대단히 중앙집권적이다. 재정문제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방 간에 비대칭성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 또 현 정부 들어와서 감세가 심화됐는데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이 곧바로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주석 국장=“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늘어난 점도 원인이다. 특히 복지 분야는 과거에 개인이 담당하던 부분이 많았는데 이젠 정부가 맡아야 하는 게 많아졌다. 행정이 담당하는 부분은 늘었지만 재원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한 게 근본적인 문제다. 재원 확충이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경제상황이나 세원의 특성상 어려운 면이 있다. 국가와 지방 간의 관계에서 보면 국가의 정책목적에 따라 지방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는데, 지방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과부하가 걸릴 만큼 커져서 지방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송영길 시장=“중앙과 지방의 세금 비율은 2대 8인데, 지출은 지방이 6 만큼을 한다. 외형만 보면 지방이 많이 쓴 것 같지만 실제는 국가사업을 지방이 같이 부담하면서 쓰라고 준 게 대부분이다. 시급한 사업이 아니지만 돈을 (정부에) 돌려보내기 아까워 무리하게 매칭하는 경우도 있다. 이 돈을 안 쓰면 국회의원도 난리 친다. 그래서 지방재정 골병 든다. 자주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재원은 계속 축소되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 국가사업이 많아졌다. 인천 부평 같은 경우는 복지비 재정 비중이 56%나 된다. 겉으로는 지방이 많이 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사업을 대행하는 것이다. 지방 재원 자체도 부동산 거래세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이번에 취득세율이 인하됐는데, 보전해 준다고는 하지만 연말에 연장하면 또 싸워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이를 타개할 방법은 없나.
이 교수=“자치단체가 하는 일엔 자치사무가 있고 위임사무가 있다. 이 중 위임사무가 문제다. 정부가 지방에 위임을 해놓고 일정한 비용만 주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보태야 하는 시스템인데,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은 분권개혁을 하면서 기관위임 제도를 없애고 위탁사무로 바꿨다. 위탁사무는 전액 국고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지방이 걱정할 게 없다. 우리도 사무 배분에 맞게 세원 배분을 해야 한다.”
송 시장=“이 교수의 말씀대로 앞으로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할 최소한의 복지는 (지방에) 위탁을 하든지 해서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돼야 한다.”
이 국장=“재원 문제는 재원 자체를 확대하거나 국가와 지방 간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세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정당한 세금보다 적게 내는 부분이 있으면 과표 양성화를 해야 한다. 또 지방이 기업 유치 노력을 많이 하는데 유치를 해도 법인세를 국가가 가져가니까 지방 세수확대엔 도움이 안 되는데 이점도 검토해야 한다. 지방이 노력한 만큼 세수를 가져가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국세와 지방세의 8대 2의 비율도 재점검해 봐야 한다. 급격하게는 어렵겠지만 국가와 지방이 맡는 역할에 맞춰 살펴봐야 한다. 소득세를 포함해 변화를 줘야 할 시기가 왔다.”
송 시장= “그렇다. 지자체가 노력한 만큼 세수 인센티브가 생기고, 거기에 맞춰서 사업을 해야 책임행정이 실현된다. 국가가 다 관리하게 하면 실력이 안 되는 지자체도 무리해서 사업을 하게 되는 일이 계속 생긴다.”
-지방자치 20년 간 많은 정부 사업이 지방으로 넘어갔는데 재원 배분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이 교수=“역사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중앙집권 국가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될 때 바로 된 게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선뜻 할 생각이 없었다. 당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까지 하는 등 노력을 해서 시작한 것이다. 재원배분을 할 때도 세원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약간의 자율성을 주며 중앙이 통제할 수 있는 편법으로 생긴 게 양여금이다. 결정권은 중앙이 독점하면서 집행권만 준 것이다. 지금까지 결정권은 중앙이 장악하고 있다. 이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에서 지방재정을 운영하는 데는 어떤 문제가 있나.
송 시장=“문제가 많이 있는데 왜 이렇게 됐나 보니, 2008년 금융위기 때 정부가 재정확장 정책을 펴 조기집행을 부추기고 이틈을 활용해 지자체가 지방채를 마구 발행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그 부담을 민선 5기가 떠안게 됐다. SH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이 정책적 사업을 떠맡다 보니까 특히 어렵다. 인천의 경우 도시축전 때문에 재정이 흔들렸다. 송도국제도시 조성률이 지금도 25%밖에 안 되는데, 가건물을 지어 도시축전을 했다. 선거 때문에 당겨서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때 1,400억원을 투입하고 은하모노레일 만든다고 830억원 이상 썼는데 애물단지가 됐다. 한국일보가 지적했듯이 청계천, 한강르네상스, GTX 등 단체장이 정치적 치적 쌓기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형 토목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다음 단체장에게 부담을 준다. 이런 부분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방채 이자만 연간 1조원 육박한다. 이런 부실을 해결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이 국장=“일단 재원을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 살림살이도 짜임새 있게 해야 한다. 축제를 한다면 축제를 위한 축제인지 진짜 주민을 위한 축제인지 생각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재정에 대한 지도와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재정을 조정할 수 있는 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네 번째는 의회와 주민 등 외부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끝으로 국가와 지방 관계에 있어서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의사결정에 지방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 지금도 여러 지자체 협의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지만 제도적으로 보장을 해야 한다.”
이 교수=“반성부터 해야 한다. 지자체, 의회, 주민이 제 역할을 했나. 단체장과 의회가 같은 당이면 의회는 시녀 역할을 했다. 성남시 사태도 의회가 견제기능을 못해 발생한 것이다. 돈 써서 청사 짓고 주민들 인심도 얻었지만, 새 시장이 와서 보니까 빚만 남았다. 아직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 안 된다. 예산 편성할 때 외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설명회, 공청회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형식적인 주민참여로는 한계가 있다.”
송 시장=“지자체가 국제대회 유치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이 국제대회의 봉이 됐다. 유치해 놓고 재원이 안되면 중앙정부에 도와달라고 하는데, 중앙정부는 국가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고 도와준다. 중앙정부가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시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하는데 정말 죽을 지경이다.”
이 국장=“우리는 조세부담률을 20% 수준에서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하는데 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났다.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가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돼 국가도 지방도 모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다 보니 지방의 역할이 너무 빨리 늘었다. 지방의 역할 증대 속도가 세수 증가 속도보다 빨라 지방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국가와 지방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 서로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민에 대한 정책 효과가 바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송 시장= “우리나라 세원의 세 축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다. 부마항쟁의 원인이 경제적으로는 부가세 10% 인상이라는 부분이 김재규 보고서에도 써 있다. 부가세 인상은 물가를 10%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유신시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도 소비세 5%를 손댄다고 하니까 정권이 흔들흔들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도 당시 열린우리당이 망하면서까지 만든 것이다. 힘들 게 만든 것을 현정권이 너무 쉽게 감세로 무너뜨렸다. 감세보다는 세원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봐야 한다. 취득세도 인하할 게 아니라 그 재원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할 수 있다. 낙후지역 공공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재정을 그런 곳에 투입하면 일자리도 만들고 서민주거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데, 그걸 왜 깎았는지 의문이 든다. 세금이라는 게 불가역성이 있어 한번 깎으면 다시 올리는데 어마어마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의 재원 배분 및 행정역할 분담에 대한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정리= 류호성 기자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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