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8ㆍ오릭스)가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 첫 승을 신고한 지난달 22일 오사카 교세라돔. 박찬호가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무대 마수걸이 승리를 따낸 그날, 동생 이승엽(36)도 3타수 1안타로 활약했다. 특히 2회말 3루 주자였던 이승엽은 후속 타자의 짧은 중견수 플라이에도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어 선취 결승득점을 올렸다. 형은 호투를 펼쳤고, 동생은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로 형의 첫 승을 도왔다.
한국 무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박찬호-이승엽과 다른 점은 동생이 투수, 형이 타자였다는 것뿐. 동생은 호투를 펼치며 올시즌 선발 첫승을 따냈고, 형은 불 방망이를 휘둘렀다.
4일 롯데-삼성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 올시즌 첫 선발 등판한 동생 고원준(21)과 형 황재균(24)이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롯데의 시즌 첫 3연승을 이끌었다.
고원준은 5이닝 1피홈런 포함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자책) 호투 뒤 6회 마운드를 좌완 허준혁에게 넘겼다. 고원준은 “맡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3루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황재균은 첫 타석부터 방망이를 매섭게 돌렸다.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 2루타를 치고 나간 황재균은 우측 펜스 상단을 때린 전준우의 1타점 2루타 때 여유 있게 홈인했다.
특히 황재균은 2-2로 맞선 4회말 이대호의 2루타, 상대 실책과 볼넷을 묶어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우전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고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승기를 잡은 롯데는 문규현의 기습 번트로 1점을 다시 추가, 3점을 뽑으며 달아났다.
고원준이 물러난 뒤에도 황재균의 물오른 타격감은 식을 줄 몰랐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터트렸고, 8회말 무사 1루에서는 3루 땅볼로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이인구를 진루시켰다.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고원준을 승리투수로 만들었다.
황재균과 고원준은 지난해 여름까지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황재균은 지난해 7월 롯데 내야수 김민성과 투수 김수화와 1대2 트레이드됐고, 고원준은 2009년 넥센에 입단했다.
황재균은 자신을 따라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고원준을 살갑게 챙기며 새로운 팀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넥센 출신’의 형과 동생이 롯데의 3연승을 이끌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선발 고원준과 중간계투로 나선 코리가 잘 해줬다. 4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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