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한국 어린이ㆍ청소년의 행복지수는 65.98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국가 중 꼴찌다. 한국 다음으로 낮은 헝가리(86.7점)와도 20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2009년에도 그랬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한중일 3개국 청소년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중국 일본에 뒤졌다.
왜 이처럼 우리 어린이ㆍ청소년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을까. 이유야 뻔하다. 교육성취도(1위)와 물질적 행복(4위)만 높으면 뭐하나. 극심한 입시경쟁, 성적지상주의, 가족 해체와 대화 단절, 친구 없는 외톨이 신세, 도처에 도사린 폭력 위험. 이런 환경에서 그들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억지다.
가정불화와 부모의 이혼, 경제적 어려움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전체 15%가 넘고,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다. 청소년 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도 초ㆍ중ㆍ고생의 22.7%가 학교에서 폭행, 협박, 모욕, 집단 따돌림, 금품 갈취를 당했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청소년 노동착취도 여전하다.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사회는 아이들마저 성형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다.
황금만능주의는 아이들의 '행복의 조건'까지 바꾸어 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만 해도'가족'(54.4%)을 꼽더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돈'(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가치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아이들을 얼마나 잘못된 길로 끌고 가는지 알 수 있다. 말로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돈이 아니다"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어른들이 쳐놓은 그물 안에서 생각한다.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는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 3위이다.
어린이날이다. 불행하다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마당에 오늘 하루만 '그들을 위한 나라'라고 요란을 떨기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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