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불법대출 및 특혜인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유착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금감원의 저축은행 감사 기능이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점에 주목, 은행 측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상근감사로 영입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은행 내부 비리 가담을 넘어 은행 측의 금감원 상대 로비 창구 역할까지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계열사 5곳 중 4곳(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저축은행)은 금감원 국장을 지낸 문모(63ㆍ구속기소)씨 등 전직 금감원 간부들이 감사를 맡았다. 비 금감원 출신 감사는 부산저축은행의 강성우(59ㆍ구속기소)씨가 유일하다.
검찰이 문씨 등의 로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이유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부실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저축은행법상 엄연한 불법인 부동산 시행사업 등 직접투자를 2001년부터 시작했지만, 금감원은 은행 사무실에 수십일씩 상주하며 수 차례 검사를 벌였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5조원대의 고객 예금이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부당 대출되는 동안에도, 2조 4,533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허위 보고될 때에도 금감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이 대출 및 상환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불법대출을 어렵지 않게 적발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부실 감사인 만큼, 앞으로는 금감원 상대 로비 여부나 금감원의 실질적인 개입 정황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부산저축은행 감사에 관여했던 금감원 실무자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0개 SPC에 불법대출된 5조원대 자금의 흐름을 좇고 있는 검찰은 해외 대출이 10개의 SPC를 통해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금감원의 인지 여부나 로비 가능성 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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