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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못잊어…" 소록도 지킴이 된 남자 간호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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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못잊어…" 소록도 지킴이 된 남자 간호조무사

입력
2011.05.0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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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김보연씨(40)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의 간호조무사다. 현재 소록도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66명 중 남자는 8명뿐이다. 남자로서 택하기 쉽지 않은 간호조무사, 그것도 한센인을 돌보는 일을 한 지 올해로 18년째다.

“처음 발령 받고 일주일은 그저 놀았어요. 여자 환자들이 상처를 내보이려 하지 않더라고요.” 그는 그래서 에둘러가는 법을 택했다. “편한 말벗이 돼주자고 마음 먹고 느긋하게 다가갔더니 환자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로 인도한 건 소록도병원 직원으로 일한 아버지다. “처음에는 간호조무사 시험을 안 보겠다고 도망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에 결국 아버지 뜻을 따르게 됐죠.”

한동안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눈을 피해 뭍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일하기도 했다. 그를 다시 소록도로 잡아 이끈 건 한센인들과 나눈 ‘정’(情)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잘 있는지 자꾸만 눈에 밟혀서 더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가 자신의 일에 진심으로 자부심을 갖게 된 때도 이 무렵이라고 한다.

김씨네는 ‘소록도병원 가족’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작은 아버지 부부와 고모까지 소록도병원에서 일한다. 김씨도 소록도병원에서 간호사인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남 보기에 그의 하루는 전쟁이다. 진료 보조, 상처 처치 말고도 목욕 시키기, 식사 수발도 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 환자의 용변 처리도 간호조무사의 몫이다. 일이 고될 법한데도 그는 “그만 둘 생각은 한번도 안 했다. 정년을 채우고 싶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그가 그간 소록도병원에서 일하며 울고 웃은 사연은 이 병원 간호조무사회가 펴낸 에 실렸다. 책에는 김씨 말고도 간호조무사 50여명의 경험담이 짧은 일기 형식으로 담겨있다. 변상순 전 간호조무사회장은 책 서문에 “소록도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사는 일은 여느 병원과 달리 헌신적인 사랑이 더 절실하다”고 썼다.

정부는 한센인을 위해 1978년 간호조무사양성소를 세우고, 매년 30명의 간호조무사를 국비로 양성해왔다. 올 3월 기준으로 소록도병원에는 의사 12명, 간호사 37명, 간호조무사 66명이 1,520명의 입원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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