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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 든 지방재정, 해법 안 보인다] (3) 사업성 무시한 치적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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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 든 지방재정, 해법 안 보인다] (3) 사업성 무시한 치적 쌓기

입력
2011.05.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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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신화 신기루 좇아… 단체장들 "임기내 대표작" 혈안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시행한 사업이다. 결과물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명박=청계천'이란 등식이 성립됐다. 이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모범답안으로 통해 또 다른 청계천을 창출하기 위한 전력투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 만들기에 대한 과욕 앞에서 재정문제는 더 이상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아니다.

지자체장들은 '최초', '최대 규모' 등의 수식어가 붙는 사업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벌여놓은 영어마을도 그 중 하나다. 도는 안산(2004년) 파주(2006년) 양평(2008년)에 1,700억원을 쏟아 부어 영어마을을 짓고 '전국 최초'란 타이틀을 얻었다.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이 이어지는 등 반짝 관심을 모았지만 뚜껑을 연 첫해 11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는 2005년 182억원, 2006년 192억원으로 불었고 이들 영어마을의 수입은 지출의 25%를 밑돌았다. 결국 도는 2007년 말 안산캠프에 이어 2008년 개관한 양평캠프도 민간에 맡겼다. 2004년 이후 도가 세금으로 부담한 영어마을의 적자는 700억원에 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임자들이 한동안 손대지 않았던 한강을 선택, 2007년부터 수천억원을 투입해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강변 경관 개선, 서해뱃길 조성사업, 테마가 있는 공원 조성 등 1단계 사업에 5,48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한강 전망카페와 수상 택시는 벌써부터 이용저조로 예산낭비 사례로 거론되고 있고, 70억원을 들여 건조한 한강 홍보선 한강르네상스호는 외국 방문객과 견학 공무원 등만 타고 정작 일반 시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강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1월 내놓은 여의도ㆍ합정ㆍ이촌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예산 낭비 사업으로 규정, 올해 예산을 1,584억원에서 790억원으로 절반 가량 삭감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경쟁적으로 시작된 경전철 사업 역시 결과는 참담하다. 교통수요와 운임수입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바람에 부산~김해 경전철은 민간사업자에게 연간 800억원의 운임수입을 보전해야 할 처지이고, 용인 경전철은 공사를 끝내고도 달리지 못한 채 멈췄다.

사정이 이런데도 충남 천안시는 성무용 시장의 공약인 경전철을 밀어붙이고 있다. 천안 경전철은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에서 이미 세 차례 보류된 사업이다. 건설비 중 900여억원은 사업비 6조4,000억원 규모인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과 LH에 분담시킬 계획이지만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토지보상도 못한 채 자본금 500억원 중 상당액을 인건비로 까먹었고, 지난해 시도한 500억원 증자도 불발됐다.

지자체장들은 4년 뒤 연임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으로 자신의 '대표작'을 갈구한다. 마침 사업 인ㆍ허가권도 쥐고 있다. 지방의회만 도와주면 다른 예산을 죽이고 초기 사업비를 만들 수 있다. 주어진 4년 내에 빨리 착수해 밀어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땜질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실패로 끝나도 낭비한 예산을 토해내라는 법도 없다.

지자체장들의 치적 쌓기 사업 뒤에는 공통적으로 예산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지방의회가 있다. 대규모 사업들이 남발된 민선3, 4기에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같은 정당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지자체장의 권한은 대통령 이상으로 막강하지만 의회도, 공무원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류호성기자 rhs@hk.co.kr

김창훈기자

■ 영주 '무용지물 박물관' 상주 '애물단지 승마장'

기초단체장들도 임기 중 '한 건'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확보한 국비를 쓰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일을 벌여 혈세를 낭비하는 일도 허다하다.

경북 영주시는 파행 운영중인 박물관과 전시관이 여럿인데도 또 다시 박물관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8년 5월 10억원을 투입해 문을 연 풍기인견홍보전시관은 단순 판매장으로 전락했고, 2003년 준공한 지역공산품홍보전시관은 문을 닫았다. 국ㆍ지방비 100억원을 들인 부석사박물관은 운영비 지원 여부를 놓고 부석사와 다투느라 준공 후 3년째 개점휴업이다. 지난해 6월 준공한 70억원짜리 영주사과홍보관은 운영기관 선정도 못한 채 문이 닫혀 있다. 그런데도 인삼박물관(103억) 콩세계과학관(50억)을 또 추진 중이다.

경북 상주시의 국제승마장은 일부 간부의 과욕이 빚은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힌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행, 247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국내외 69명의 선수만으로 세계대학생승마대회를 연 뒤 단 한 번도 공식경기가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 30필의 말 사육을 위한 인건비와 사료비 연간 4억500여만원, 관리직원과 교관 등 공무원 8명의 인건비도 빈약한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총 수입은 4,000만원에 불과하다. 상주시 관계자는 "경북도 일부 간부와 전임 단체장이 앞일은 생각 않고 무턱대고 일을 벌여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남 무안군에서는 수익사업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골프연습장 건설에 32억7,800만원을 투입하기로 해 논란이다. 2009년부터 60타석짜리 연습장 공사를 착공했으나 이용객 부족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군은 손익분기점을 회원 300명으로 잡고, 군청 공무원 100명과 목포대 스포츠센터 회원 200명 중 160명 빼오기, 일반 주민 100명 유치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더구나 인근 지역에 90타석 규모의 연습장이 새로 문을 열어 수익성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목포경실련 장미 사무차장은 "공무원과 부유한 몇몇 주민들을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업의 성공 사례로 든 인구 100만의 수원시와 인구 7만의 무안군을 비교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이용호기자 lyho@hk.co.kr

박경우기자

■ 알맹이 없는 사업들 홍보·포장에만 열중

치적 홍보와 포장에 열을 올리느라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남 영암군은 관광객 유치를 표방하며 369억원을 들여 월출산 자락에 전용공연장을 만드는 산수(山水) 뮤지컬 '영암 아리랑'사업을 추진하다 주민들에 의해 감사가 청구되고 공무원 8명이 징계를 받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영암군은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 사자봉을 배경으로 주민들을 직접 뮤지컬에 출연시켜 1,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39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올린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전남도 감사결과, 사업비가 300억원을 넘으면 중앙정부의 투ㆍ융자 심사를 받아야 했음에도 사업비를 290억원으로 낮춰 편법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고, 대체부지 매입과정에서도 지방재정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단체장 치적 쌓기로 무리하게 추진돼 홍보만 요란했던 산수뮤지컬을 당장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원 태백시에서 민선 3ㆍ4기 시장들의 공약으로 조성된 오투리조트는 사업성은 무시한 채 홍보만 치중하다 화를 불러온 사례다. 재정자립도가 18%에 불과한 태백시가 리조트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태백시는 "회원권 판매로만 4,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밋빛 주장만 띄웠다. 2,360억원이라던 사업비가 2008년 12월 완공까지 4,430억원으로 늘었고, 오투리조트는 분양차질로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생뚱맞은 광고가 출현했다 사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시가 광고 기획비 등 1억3,000만원을 들여 가로판매대와 버스 등에 게시한 '표창장'광고다. '환경미화원 여러분, 당신들은 서울을 빛낸 진정한 영웅 입니다'로 시작하는 광고물이 올해 1월 시내 곳곳에 나붙자, "불쾌하다, 박봉 받으며 저런 영웅칭호 받아야 하냐", "광고할 돈 있으면 급여를 올려줘라"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서울시는 당초 일정보다 3주나 이른 지난달 4일 3,952곳의 광고물을 철거했다. 공석호 시의원은 "생색내기 홍보효과만 노리다 예산만 낭비하고 역효과를 본 대표적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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