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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금감원 호된 질타/ 이대통령 작심한 듯 25분간 '서릿발' 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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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금감원 호된 질타/ 이대통령 작심한 듯 25분간 '서릿발' 호통

입력
2011.05.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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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은 한마디로 '서릿발'이었다. 공공조직의 비리 관행을 직설적으로 지적하고 비리 연루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징벌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추상같은 말에 금감원 직원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가 화들짝 놀랐다.

이날 오전 10시 예고 없이 여의도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이 대통령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 금감원 실∙국장 등 30여명을 모아 놓고 25분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표정을 한번도 풀지 않고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동안 어느 누구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작심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장관과 위원장을 통해서 얘기를 전하고자 했지만, 국민 전체의 분노보다 내가 더 분노를 느끼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부탁하기 위해 직접 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금감원 방문은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대주주와 일부 특권층의 특혜 의혹에서 금융감독당국의 부실 감독과 공무원 연루 비리로 옮아가면서 여론의 비난 화살이 정부로 향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또 이 사건이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참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대로 뒀다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이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대해 특별한 조치 없이 넘어갈 경우 자칫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확산돼 조기 레임덕(권력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사회론'을 강조하면서 부산저축은행과 금융감독 공무원의 잘못을 서민의 생존형 비리가 아닌 '권력을 갖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비리'로 규정했다. 그리고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전직 금감원 직원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제보도 공개하면서 금융권의 전관 예우 관행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이 직원은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에는 다음에 갈 자리를 위한 보직을 관리하는 관습이 있어 자백합니다'라고 했다"면서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도 보직 관리에 들어간 간부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여러분 1,500명 직원의 평균 임금이 9,000만원은 될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으며 공직 경험을 한 뒤 은퇴해서 나쁜 관습에 합세하면 남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조차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주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일은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새로 부임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영원히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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