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밀어내고 컴퓨터(PC)용 저장장치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사용해 자료를 기록하는 저장장치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주로 쓰이며 최근에는 PC용 저장장치로 확대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텔, 시게이트 등이 SSD를 개인 판매용으로 내놓으면서 급속도로 PC용 저장장치를 대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월에 개인용으로 내놓은 SSD 제품 '470' 시리즈가 출시 두 달 만에 1만 대 이상 팔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하고 빠르며 저전력이 장점
SSD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자료 입출력 속도가 빠르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동 속도는 HD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SSD는 반도체에 자료를 기록하기 때문에, 회전하는 금속판에 자석을 이용해 자료를 저장하는 HDD보다 속도가 빠르다. 업계에 따르면 SSD의 자료 입출력 속도는 HDD보다 3배 이상 빨라 1.4기가(GB) 용량의 DVD 영화 두 편을 1분이면 저장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SSD에 윈도 등 운용체제(OS)를 설치하면 PC 작동 속도가 대폭 빨라진다. 덩달아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 실행 속도도 향상된다.
또 반도체를 사용하므로 조용하다. HDD는 금속판 회전 소음 등이 시끄러운데 SSD는 물리적인 움직임이 일체 없어서 전혀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소비전력도 HDD보다 적게 든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노트북이나 PC용 저장장치를 HDD에서 SSD로 교체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 맞춰 삼성전자, 인텔, 시게이트, OCZ 등이 앞다퉈 SSD를 내놓았으며 국내 중소업체인 '바른전자' 등도 SSD 사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가격이 떨어져 용산전자상가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64GB 용량의 제품은 16만~20만원대, 128GB 제품은 30만원대, 256GB 제품은 6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마치 책장 넘기는 것처럼
이 가운데 256GB 용량인 삼성전자의 470 SSD를 사용해 봤다. 470 SSD를 PC에 연결한 뒤 윈도7을 설치해 봤다. 우선 윈도7 설치 시간부터 깜짝 놀랄 만큼 단축된다. 워낙 윈도7이 용량을 많이 차지해 설치에 45~60분 정도 걸리는데 SSD는 17분 만에 끝났다.
PC 구동 속도도 경이적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15초 만에 윈도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마치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누른 것처럼 작동 속도가 피부로 느낄 만큼 향상됐다.
덕분에 인터넷이나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 구동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인터넷 접속속도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눈에 띄게 빠르다. 웹브라우저와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또한 저장장치에서 불러오기 때문에 SSD를 이용하면 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러 사이트를 번갈아 접속해 보니 마치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사이트 화면이 바로 바뀌었다.
문제는 HDD보다 비싼 가격
SSD 시장은 빠르게 HDD를 대체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세계 SSD 시장이 올해 936만 개에서 2014년에 7,221만 개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 맞춰 삼성전자는 최근 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하고 SSD에 집중하고 있다. 바른전자도 SSD 사업에 뛰어들어 64GB, 128GB, 256GB 등 3종류의 제품을 개발해 상반기 중 국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까지 HDD에 비하면 SSD가 비싸다.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1테라바이트 용량의 HDD는 10만 원이 채 안된다. 이에 비해 용량이 5분의 1인 256GB SSD는 60만 원대여서 6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SD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이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SSD가 고가인데도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가격이 계속 떨어질 전망이어서 시장 또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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