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의 한 폐광산에서 50대 남성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문경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께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둔덕산 8부 능선에서 김모(58ㆍ경남 창원시)씨가 숨져 있는 것을 양봉업자가 발견했다. 양봉업자는 "산에 올라가던 중 하의 속옷만 입은 한 남자가 예수가 처형당한 모습처럼 십자가 형태의 나무틀 위에 두 발과 양 손에 대못이 박힌 채 숨져있었다"며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고 오른쪽 옆구리에도 창에 찔린 것처럼 상처가 나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검안결과 김씨의 두 발은 포개진 채 전기드릴로 구멍을 낸 후 못을 박고, 양 손은 구멍을 뚫은 후 십자가에 미리 박아놓은 못에 끼운 것으로 추정됐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 인근의 김씨가 생활했던 천막에서는 십자가 제작 도면과 십자가에 매다는 방법을 적은 종이, 핸드드릴, 끌, 망치 등이 발견됐다. 또 몸을 때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찍과 거울 등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숨지기 전 근처에 살던 전직 목사를 찾아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직 목사는 "김씨가 광신도로 보여 되도록 종교 이야기는 피하고 일상적인 대화만 나눴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평소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과 숨지기 전후에 부활절(4월24일)이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수사하는 한편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김씨의 시신을 부검했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을 가능성을 함께 살피면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경=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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