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의 추문 시리즈가 끝이 없다. 이번에는 상아다. 상아로 유명한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주재 박윤준 전 대사의 귀임 이삿짐 속에서 수출입 금지품목인 상아가 적발됐다. 일반인도 아닌 고위 외교관이 야생 보호 차원에서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물품을 밀반입한 행위는 이만저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경위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세청이 제보를 받고 박 전 대사의 이삿짐 컨테이너에서 찾아낸 상아는 가공되지 않은 원형 상태 6개와 조각된 상아 10개 등 16개나 된다. 공식 거래품이 아니어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우나 밀거래 시장에서 1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박 전 대사는 아내가 친하게 지냈던 현지 고관 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인부들이 이삿짐을 쌀 때 실수로 함께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우리도 대한민국 외교관이 금전적 이득을 노려 상아를 밀반입했다고는 보고 싶지 않다. 과거 어려운 시절 외교관들이 귀임하면서 이런저런 물건을 들여와 상당한 득을 봤다는 얘기는 있었다. 지금은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 외교관들이나 밀수를 하다 발각돼 국제적 망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사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해되지 않는 바가 많다. 외교관이 귀임 이삿짐을 싸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점검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공직자 윤리법에는 외국인으로부터 10만원 상당 이상의 선물을 받은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을 태만히 했다면 결국 공직자로서의 자질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국민에게 사과할지 궁금하다. 지난해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 파동 이후만 해도 벌써 몇 번 째인가. 특히 나라 안팎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파문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외교부의 공직기강 해이는 이미 구제 불가능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보라고 주문을 하기조차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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