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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감독권' 다툼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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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감독권' 다툼 재점화

입력
2011.05.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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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사태 후 정치권과 당국에서 예금보험공사나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과 사전인출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ㆍ검사 권한을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예보는 전부터 부실우려 저축은행에 대한 조사권 강화를 요구해 왔고 한은 역시 제한적 조사권을 갖는 방향으로 한은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금감원은 피감기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현재 공동검사로도 충분하다면서 강력히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금융회사 조사권 경쟁이 물밑에서 다시 시작된 것.

3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원회 간 의견 차 때문에 지난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영선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면서 "금융감독 기능이 한쪽에 독과점으로 이뤄지면서 빚어진 문제이므로 한은에 간접조사 기능을 주는 것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은 2009년 12월 기재위를 통과했으나 벌써 17개월째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법안의 골자는 ▦한은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에 긴급 대출을 해주는 경우와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에 즉시 응하지 않는 경우 한은이 단독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6월로 다시 미뤄졌다. 한은 내에서는 "결국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론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한은 내에서도 6월 국회 통과 기대감이 조금씩 무르익는 분위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중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중앙은행에 조사나 자료 수집 기능이 있어야 금융권 리스크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금융당국은 대신 예보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금융위는 전날 소집한 관계기관 합동 저축은행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저축은행 감독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예보의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예보법에 따르면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에 단독으로 나가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이 부실금융기관을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영업정지를 당한 금융회사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한마디로 '망할 우려가 있는 곳'이 아닌 '이미 망한 곳'에만 투입됐던 것. 이번 대책에 따라 예보는 전부터 요구해 왔던 대로 아직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지만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단독으로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예보가 저축은행들을 한번씩 교대로 교차검사를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A저축은행을 올해 금감원이 검사를 했다면 내년에는 예보가 단독으로 검사를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기관의 조사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금감원은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금감원은 특정 지점 특정 계좌만 정해 조사할 수 있는데,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 등 의심되는 예금자의 모든 계좌를 검찰이나 국세청처럼 포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정치권 반응은 회의적이다. 3일 민주당 회의에서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우제창 의원은 "금융감독기관에 저축은행 관련해 포괄적인 권한을 주면 오ㆍ남용이 우려된다"며 "저축은행 부실과정에서 (감독당국이) 정책실패 감독실패까지 했는데 정무위에서 절대 그 권한을 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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