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인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외환위기 당시 바닥이 훤히 보이던 때(204억달러ㆍ1997년 12월말 기준)와 비교하면 무려 15배 폭증한 금액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논란도 적지 않은 상황.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3가지 쟁점을 짚어봤다.
1.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85억8,000만달러 늘어난 3,072억달러.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 국가가 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무작정 보유액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점. 삼성경제연구소는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 + 유동외채’를 기준으로 볼 경우 지난해 6월말 현재 보유액인 2,993억달러가 적정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위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평상 시에는 다소 불필요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도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과다하다 싶은 게 비용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0억달러가 넘는 보유액으로도 불안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은 외환보유액이 마냥 충분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 달러 및 금 비중 적정성
작년 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미국 달러화 비중은 63.7%.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점점 추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축소 방식이다. 미국 국채 매각 등 달러화 비중을 급격히 축소한다면 미국측 반발이 자명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 외환보유액을 늘려 나갈 때 보유통화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는 금 보유 비중은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도 들끓는다. 한은은 79년 5.5톤의 금을 사들인 이후 지금껏 30년 넘게 한 번도 금을 사지 않았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03%. 금 보유량(14.4톤)은 미국(8,133.5톤) 독일(3,401.8톤) 중국(1,054.1톤) 일본(795.2톤) 등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렇다고 금값이 고점을 오가는 요즘 금 보유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처럼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3. 공격적 vs 보수적 운용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최악 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보유액을 쌓은 만큼 수익 확충을 위해 이제는 좀 더 공격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위기에 대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여전히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유동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데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이창선 실장은 “한국투자공사(KIC) 위탁 확대 등 수익성에 좀 더 신경을 쏟을 필요는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은 안정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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