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지 않은 그 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해군 최초의 여성 해상초계기(P_3C) 조종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주연(26ㆍ해사63기) 중위. P_3C는 ‘물 밑을 꿰뚫는 레이더’라 불리는 항공기로, 북한 잠수함(정)의 침투를 가장 먼저 탐지하는 최정예 전력이다. 분초를 다투는 긴장감은 물론, 한번 출격하면 최소 6시간 이상 비행하는데다 야간비행과 해수면 가까이 근접하는 저고도 비행시간이 많아 다른 항공기에 비해 조종사의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장시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 중위는 처음부터 조종사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푸른 바다와 하얀 제복이 좋았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2005년, 해군 최초의 여성 해상작전헬기(링스헬기) 조종사가 배출됐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이 중위는 “선배가 무척 멋있게 보였다. 한 때 조종사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해군에서도 이렇게 여군 조종사를 배출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했다”며 “선배들의 사관학교 졸업식 때 축하비행을 하는 P-3C를 올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설??蔑굅?회고했다.
고민도 많았다. 동기들은 선배들이 그러했듯 대부분 항해 특기로 진출할 터. 해사 출신 여성으로서 항공 특기에 지원한다는 게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눈총을 의식할수록 오히려 왠지 모를 승부욕이 발동했다.
이 중위는 “최초의 P_3C 여군조종사가 된다면 해군 작전에 투입돼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끌렸던 게 사실”이라며 “막연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었던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훈련은 고됐다. 해상비행은 바다에서 이끌어 줄 좌표가 없기 때문에 조종훈련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여성으로서 아무래도 남성 동기들에 비해 선천적으로 공간감각이 떨어지고 기계에 대한 감이 더디다 보니 늘 뒤처진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중위는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나’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두 배, 세 배 더 악착같이 노력했다”며 “교관이 중단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중위는 3일 P_3C 부조종사로 조종간을 잡았다. 2009년 해사 졸업 이후 1년2개월간 교육훈련을 마치고 서남해상으로의 첫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이 중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적이 침투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격침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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