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백억 달러는 돼야 국민 소득이 1,000달러 가까이 되지 않겠어? 그 정도는 돼야 북한이 죽었다 깨도 우릴 따라올 생각을 못하지 않겠냐구!” 분명 저런 때가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극단 민중의 ‘한강의 기적’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시감에 호소한다.
장두이 정한용(사진 가운데) 등 대중적 배우들의 친근함과 이병술 김춘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이뤄 내는 안정감을 토대로 성장 드라이브 시기 박 전 대통령,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빚어낸 정립(鼎立) 구도를 소극장 무대를 통해 압축적으로 재현해 낸다. 5ㆍ16군사정변 50주년을 앞두고 박 정권 18년을 되짚어 보자는 무대다. 극단으로서는 ‘6ㆍ25 전쟁과 승만’으로 시작한 ‘역사 바로 알기’ 시리즈의 2탄이다.
정치 드라마라기보다 무대는 극단의 규정대로 ‘5ㆍ16 50주년 기념 역사 기록극’이 되고자 한다. 해설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극의 진행을 중간중간 돕는 전형적 서사극 스타일이다. “이 암담하기만 했던 1910년대에 세 명의 아이가 차례로 태어났습니다”라며 화두를 떼는 해설자가 장차 무대의 성격을 규정한다.
일련의 서사가 펼쳐진 후 다른 해설자가 나와 펼치는 설명은 이 무대의 지향점을 넌지시 암시하는 듯 하다. “박정희를 비롯하여 이병철 정주영 모두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지난 세기 1910년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야 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진수씨 작ㆍ연출. 13~29일 알과핵소극장. (02)532_560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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