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코치 앙트완 팔록(42). 낯선 현대 프랑스 오페라를 한국에 체화시키는 작업의 선두 주자다. 1월 프랑스 오페라 워크숍 과 공연 ‘목소리’ 등으로 한국과 몸으로 부대끼더니 이제는 프란시스 풀랑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의 한국 초연 무대를 위해 서울서 살다시피 한다.
유럽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짙게 느껴진다. 무대 미술가 이병복씨 특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뒷광대 정신이 충일하다. 겨우 짬을 내 주고서는 “곧 연습 시간”이라며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열심히 답했다.
_언어의 질감을 상당히 중시하는데.
“프랑스 국립오페라센터가 수립한 언어의 사실주의 원칙을 존중한다.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등에서 확립된 전통이다.”
_‘목소리’로 인연을 맺은 국립오페라단 인력을 어떻게 보나.
“이 작품에는 프랑스어의 특성이 유감 없이 표출돼 있다. 대사 많은 데다 한 음표에 많은 단어가 들어간 노래 방식(레지타티브)이 위주라 외국인에게 특히 까다롭다. 1월부터 준비해 4월초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간 가수들의 노력이 놀랍다.”
_한국 오페라와의 작업 경험을 다양한 해외 작업에 비춰본다면.
“참가를 희망한 한국 가수들이 귀에 익지 않은 어법에다 낯선 언어로 가득 찬 악보를 보고 두려워 하더니 자기 감각화해 내 아름다움의 경지에 도달했다. 놀랍다.”
_향후 한국의 오페라와 어떤 작업이 예정돼 있나. “‘아니야,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라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로 대신하겠다(아무 주저 없이 한국 오페라와 함께 작업하겠다는 뜻).”
_한국 오페라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기본적으로 가수들의 발성, 교육 방식이 매우 좋은 듯하다. 현대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미묘한 발음에 중점을 두고 교정 작업 등에 주력한 이번 무대 준비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한국 가수의 감성은 프랑스 오페라와 상당히 맞는 것 같다.”
_한국 관객들이 이 낯선 음악을 좋아할까.
“최소한 두 번은 울 것이다. 사랑이 가득한 대목은 인상적이다(아버지 딸 수녀들 간의 지순한 유대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_현대 프랑스 오페라의 새 경향은.
“한 극장에서 매년 평균 1회 이상 새 작품을 올리는데 요즘은 악기보다 쇳소리 등 기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무척 깊어 간다. 한국적 오페라인 창극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한술 더 떠 판소리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난해한 음악을 하루 만에 소화해 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순발력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 듯 했다. “9일 한국을 뜨는데 부른다면 언제든 기꺼이 오겠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인터넷에 그의 이름(Antoine Palloc)으로 검색하면 홈페이지는 물론, 잇단 스케줄이 딸려 나온다. 5~ 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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