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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정씨 자손들, 동래군파 종택 국민신탁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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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정씨 자손들, 동래군파 종택 국민신탁 기증

입력
2011.05.0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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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정씨 동래군파 종손과 일가족이 18대째 내려온 종택(경기 군포시 속달동 24의 4)과 인근 전답을 공공 문화유산으로 내놓는다. 16대 종손 정운석(98)옹과 자녀 9남매는 군포시 수리산 동쪽 자락에 있는 종택과 토지 1만8,176㎡(약 5,500평)을 문화유산 보전 민간 기구인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 집과 땅을 합쳐 공시지가 35억2,000만원(시가 100억원)의 부동산 소유권을 넘기는 신탁 체결식을 3일 종택에서 한다.

동래 정씨 동래군파의 군포시 종택은 조선 중기 문신 정광보(1457~1524)가 이 마을로 들어와 살면서 자리잡았다. 현재 안채와 사랑채, 작은 사랑채, 문간채, 행랑채 등 5동 60칸이 남아 경기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안채는 정조 때인 1783년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사랑채는 고종 때인 1877년 지었다.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에 따르면 조선 후기 경기 지방 살림집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 주는 집이다. 이 교수는 “호남 영남 등 남부 지방에는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데 비해 경기 지방 전통 가옥은 6ㆍ25전쟁 중 대부분 타 버려 남은 게 별로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보존 가치가 큰 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증에는 문화유산 보전 외에 농촌 공동체를 살리려는 종손 일가의 큰 뜻이 담겨 있다. 6, 7년 전부터 종택을 공적인 공간으로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는 9남매는 종택 일대가 군포시의 재개발 계획에 편입되자 토지 보상금을 포기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대대로 농사짓고 살아온 땅이 없으면 종택의 역사도 온전히 전할 수 없다고 판단, 땅을 함께 내놓아 농업과 농촌 공동체를 살리는 터전으로 삼자고 뜻을 모았다. 9남매 중 농사를 짓는 둘째, 셋째 아들이 앞장섰다. 둘째 아들 정준수씨는 청년 시절 가톨릭농민운동을 했고, 셋째 아들 정용수씨는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다. 형제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 생명농업을 실천해 왔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종택 안에 사무실을 두고 주변 토지를 귀농교육과 텃밭교실 실습장으로 쓰고 있다.

종택과 농지를 기증하면서 종손 가족이 요청한 것은 단 하나, “관리인으로 살면서 계속 농사를 짓게 해 달라”는 것뿐이다. 이들은 욕심을 버린 큰 결단이라는 칭찬을 부담스러워 한다. 정용수씨는 “늘 남을 위해 살아라, 조상들이 녹봉으로 받은 땅은 우리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신 아버님 뜻에 따른 것일 뿐”이고 말했다. 또 “자손끼리 나눠 가지면 종택을 중심으로 내려온 마을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도 흩어지지 않겠냐”며 “욕심을 버린 게 아니고 욕심을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종손 가족의 뜻에 따라 군포시는 종택 주변을 전원주택 단지로 재개발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기증받은 종택 일대를 문화와 생명이 살아 숨쉬는 친환경 농촌 공동체로 가꾸기 위해 군포시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종택에 내려오는 유물들로 종택 안에 전시관도 꾸밀 예정이다. 이 집에는 고서 전적류 400여점을 포함해 700여점의 유물이 전한다. 전통 가구 등 생활 유물이 많고, 조선 시대 관리들이 나라의 큰 행사 때 착용하던 금관조복도 있다. 이 유물들은 현재 경기도박물관과 군포시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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