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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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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울증

입력
2011.05.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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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1810~1856년)은 작곡의 양과 질에서 시기적 진폭이 컸던 것으로 유명하다. 장인의 반대로 소송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클라라와의 결혼에 성공한 1840년 한해 동안 그는 무려 168곡의 가곡을 썼다. '여자의 사랑과 생애'(작품 42), '시인의 사랑'(작품 48) 등의 명곡을 이때 쏟아냈다. 이듬해에는 교향곡에만 매달려 1번과 4번을 썼고, 그 다음해는 실내악에 매진해 대표작으로 꼽히는 피아노 5중주(작품 44) 등을 발표했다. 이 시기 그는 창작욕과 어떤 분야든 도전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았고 라인강 투신자살 소동까지 빚은 후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뜬 그의 대표적 조증(Manic) 상태가 이 시기였음은 나중에야 밝혀졌다. 정서장애(Mood Disorder) 가운데 우울증(Depression)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조울증은 말 그대로 조증(Manic)과 울증(Depression)이 교차하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다. 지배적 조증과 간헐적 울증, 간헐적 조증과 지배적 울증 등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가벼운 조증은 포착하기 어려워 우울증에서 비롯하는 예가 훨씬 많게 여겨진다.

■ 단순 우울증보다 조울증이 위험한 것은 기분이 들뜰수록 가라앉을 때의 낙차가 커서 불안과 좌절, 실의와 낙담이 깊기 때문이다. 조증 상태에서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의욕 과잉에 빠졌다가 울증 상태로 접어들어 극단적 무력감을 느끼면 돌발적 행동을 하기 쉽다. 그 출발점인 가벼운 우울증이 청소년기(15~19세)에 크게 늘고, 특히 1960년대 이후 출생자는 전체의 20%로 뛰는 미국의 정착된 통계는 우울증의 다양한 요인 가운데서도 사회심리적 요인이 점점 더 중요함을 일깨운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울증 환자가 2006년 4만3,000명에서 2010년 5만5,000명으로 5년 동안 1만2,000명(28.8%)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이 6.6%에 이르렀다. 여성이 남성의 1.4배나 되고, 증가율도 훨씬 높다. 또 30ㆍ40대 조울증 환자는 단순 우울증 환자보다 10%포인트 이상 많다는 세대별 분포 통계는 경계 경보로 받아들일 만하다. 사회적 욕구와 그에 따른 좌절감 폭발에 따른 정서불안이 단순히 개인 문제로 끝날 수 없다. 당사자의 정서안정은 물론, 사회안전까지 고려한 대응을 가다듬어야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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