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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EBS와 KBS의 공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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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EBS와 KBS의 공영성

입력
2011.05.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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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를 보면서 가끔 심한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지난 정부시절 보수진영에 대해 그토록 거칠고 날 선 비판을 가하더니만 지금은 드러내 놓고 보수정권에 우호적이다. 나는 지난 정권 당시 여러 차례의 시사프로그램 출연 요청에도 완곡하게 사양했다. 비교적 리버럴한 나의 성향을 고려한 요청이었겠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방송을 지나치게 이념적 도구로 사용하는 행태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동생보다 못한 형에 실망

내가 정말 놀란 것은 현 정권 출범 이후다. 노골적으로 보수진영을 비판하던 방송이 이제는 정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진보는 KBS가 철저히 정권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권은 정권대로 기대에 차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전공자인 나는 지난 정부 때는 물론 현 정부 들어서도 수신료 인상만큼은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지난 정부 당시 보수단체들이 연대 기구까지 만들어 사납게 반대할 때에도 공영방송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며 KBS를 편들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 같은 주장을 지켜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생각에 점차 회의를 느끼고 있다.

거칠게 보면, KBS는 한국인들의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실제로 수업 중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공영방송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다. 언론 전공자들도 그럴진대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수준이야 오죽 하겠는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는 공영방송이란 EBS로 나타났다.

사실 KBS의 공영성은 법적 위상과 달리 현실적 정당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공영방송을 외쳤지만 공영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물론 공영방송도 시장에서 영향력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상업방송과의 직접적 경쟁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다. 질적 차별성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동생 격인 EBS를 본받아야겠다. 수신료 2500원 중 고작 70원을 넘겨 받았지만,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등으로 존재의 이유를 굳건히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EBS 시청률 1%가 대한민국 상위 1%라는 말이 단순 과장이 아님을 믿는 사람이다. 실제로 KBS 에 실망한 나머지, 차제에 수신료를 EBS에 몰아주자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늘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쯤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을 내릴 때가 왔다. 공정성을 빌미로 우리는 너무 오랜 동안 KBS를 외면해 왔다. 밥을 주고 일의 성과를 따질 때가 왔다. 덧붙여 지극히 정파적인 한국정치의 후진성 때문에 KBS가 정권이 틀어 놓은 음악에 맞춰 춤춰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이른바 영혼이 없는 존재가 된 점도 우리 사회가 일정부분 껴안아야 한다. 그렇지만 수신료 인상은 어떤 경우에도 광고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대치 만큼 인상이 어렵다고 광고 폐지를 번복하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더욱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진정한 '국민의 방송' 되기를

위대하다고 들먹이는 영국 BBC도 1980년대 편파방송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대처 총리는'최고 월급을 받으며 빈둥빈둥 노는 BBC' 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한때 민영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BBC는 대규모 구조 조정에 이은 공영성 확보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KBS는 달라져야 한다. 비록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그들을 탄생시킨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엄청난 떡을 안겨줄 정부에게조차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만 살아 남는다. 수신료가 30년 가까이 2,500원으로 묶여 있었던 이유가 바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공영방송이 주는 즐거움을 EBS를 통해 느끼면서, 언젠가 달라질 '국민의 방송' KBS를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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