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현지 주민 도움 받은 듯
1일(현지시간)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곳은 험준한 산악지역의 동굴이 아니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동북쪽 50km에 위치한 소도시 아보타바드의 주택밀집지역이었다.
인구 10만명의 소도시로 교육열이 높은 아보타바드는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자동차로 반나절 거리로 파키스탄 군 시설과 군인 가옥들이 밀집해 있다. 쾌적한 날씨 때문에 여름철에는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카슈미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들이 이 곳에 훈련 캠프를 차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에서 불과 90m 떨어진 주택가의 3층짜리 고급 맨션에 은신 중이었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빈 라덴의 맨션은 크기가 이웃 집들보다 8배나 크고, 벽 두께는 20cm가 넘는데다 출입도 제한돼 있었다. 이 관계자는 맨션 가격이 100만 달러(약 10억원)에 달하고, 전화나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았으며, 쓰레기도 별도로 소각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이 왜 이 곳을 은신처로 삼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지난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가 "빈 라덴이 파키스탄 북부 주택에 은신해 있으며 현지 주민들과 일부 파키스탄 정보관계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발언이 눈길을 끈다. 빈 라덴이 주택 밀집지역, 그것도 군사 시설이 인접한 곳을 은신처로 삼은 것은 파키스탄 정부나 현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말에는 이 같은 주장이 미국 등의 정보 당국 주변에서 비중있게 거론됐고 결과적으로 이번 작전으로 이어졌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빈 라덴의 행적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동안 미국 당국의 추적을 피해 소수 측근 보안요원들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의 산악지대를 옮겨다니며 은신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미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빈 라덴은 9ㆍ11 테러 직후 아프간 동부 토라보라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월 연합군은 빈 라덴이 파키스탄 치트랄 지구와 칼람 계곡에서 은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대대적 추격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0년 이후엔 근거지 파악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빈 라덴의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