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검색창에서 제 이름을 치면 '벨트'와 '콧물'이 연관 검색어로 나옵니다. 생방송 중 일어났던 저의 소소한 방송 사고인데요. 사실 사고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갑자기 벨트 장식이 떨어지고, 감기 기운 탓에 콧물을 훌쩍거렸던 게 아구팬들 사이에서 꽤나 이슈가 됐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저는 '여신'이라는 오명(?)은 말끔하게 씻어서 다행이긴 하지만요.
매일 밤 생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많습니다. 야구경기가 제 시간에 끝나지 않으니 100%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방송보다 잔 실수가 많습니다.
선수들 역시 그라운드 위에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안타성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리는 다이빙 캐치, 넘어갔다고 생각한 타구를 펜스 앞에서 잡아내는 진기명기 수비. 그러나 늘 그런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죠.
얼마 전, 저는 롯데 박진환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04년 삼성전에서 당시 신인이던 박진환 선수는 4-3으로 앞서던 9회 2사 후 양준혁 선수의 내야 플라이볼을 어이없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승리를 코앞에 두었던 롯데는 연장 끝에 패했고, 박진환 선수는 덕아웃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후 박진환 선수는 깊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주로 2군에서 뛰었죠. 그리고 7년 만에 1군 무대에 섰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박진환 선수는 오랜 길을 돌아왔습니다.
아나운서도,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를 합니다. 가끔은 완벽함보다는 실수하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이러브 베이스볼'의 코너 '미스 앤드 나이스'에서는 선수들의 온 몸을 날리는 몸 개그가 웃음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미스 앤드 나이스'속 주인공들도, 저처럼 벨트 굴욕의 당사자도 실수를 한 뒤 잠 못 이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박진환 선수처럼 오랜 길을 돌아오게 될 수도 있지요. 그런 그들에게 따끔한 질책보다 따뜻한 격려는 어떨까요. 그럼 그 실수의 주인공들은 여러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 분명하니까요.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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