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죄다 반기업적인 내용인데 입으로는'친기업 정부'라고 하니 혼선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재계 5단체장의 회동을 하루 앞둔 2일 한 재계 인사는 "3일 회동에서 가장 시급하게 정리해야 할 문제가 바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정부에 대한 재계의 현 시각을 대변한 발언이다.
실제 재계는 이 대통령에 대해 불신의 시선을 던진 지 오래다. 정권 초기의 친기업적 정책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고 친서민 정책, 동반성장 정책으로 기업에'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 이익공유제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 도를 넘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정부 정책의 기조는 친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의 화를 돋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3일 회동에서 완곡하게나마 '정부의 스탠스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최근의 혼선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정책책임자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정부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분들이 잇따라 과격한 주장을 내놓으면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며 "3일 회동에서 대통령이 명쾌하게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대통령도 이번 회동을 주문하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시장에 혼선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재계가 요구하는 것은 친기업 정부로의 복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펴왔는데 왜 반기업적이라고 하느냐'고 말했다는데 이를 근거로 과도하게 반시장적인 정책들을 수정하겠다는 선언적 발언이라도 받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과연 수확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이 대통령이 양극화 완화와 동반성장을 집권 후반기 중요 정책기조로 삼은 만큼 한번의 회동으로 이를 포기하긴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참석자들이 얼마나 강하게 주장을 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그 동안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대놓고 반대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강현 석유협회장이 '기름값이 비싸지 않다'고 항변했다가 사퇴하는 사태 등이 벌어졌는데 누가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그래도 경제단체장들은 재계의 어른들인 만큼 3일 회동에서 할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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