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그게 손에 묻었다면 휴지로 닦고 말 수 있겠습니까."
권선덕(43)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위생적으로나, 상쾌한 하루를 열어주는 측면에서나 비데의 편리함은 결코 작지 않다며 비데예찬론을 폈다.
지난 28일 그를 만난 곳은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캠퍼스 안에 마련된 웅진코웨이 연구개발(R&D)센터. 현재 권 연구원이 중심이 돼 개발에 성공한 도기살균 기술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신기술 우수제품(NEP) 인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전기분해 살균수로 도기 내의 세균을 99.9%이상 없앨 수 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비데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적인 신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권 연구원이 비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국내 비데산업이 막 태동하던 1997년. 때문에 도기살균 기술은 권 연구원이 비데 선진국 일본의 기술을 곁눈질해가며 연구에 매진해온 끝에 14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권 연구원은 졸업과 함께 웅진코웨이에 연구원으로 입사, 소형 가전으로 분류된 비데 분야로 진로를 택했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의 자동차나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몰려갈 때였다.
"당시 소형 가전업계 쪽은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지 않았지만 저한테는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비데분야에 왠지 모르게 끌렸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이었죠. 다른 분야와 달리 연구 매뉴얼도 없고, 선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죠."
초기에는 일본제품의 수준을 따라가는 것만도 버거웠다. 비데 핵심부품 생산 업체들도 월 생산량 100대 수준에 불과한 중소업체인 웅진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걸 꺼렸다. 이 때 도움을 손길을 내민 곳은 벤처기업들인 포에스텍과 이렌시스이었다. 권 연구원은 "이들 업체는 엔지니어 출신이 창업한 기업들인데다, 창업 초기라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도전정신이 강해 필요한 부품을 직접 개발해 공급해 줬다"고 회상했다.
이후 렌탈 영업을 바탕으로 비데 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우리만의 기술이 없다는 게 내내 아쉬웠다. 권 연구원이 '우리만의 기술'의 결정적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산업용 수처리(물정화)사업에 쓰이는 기술에서였다. 이는 전기분해장치를 통해 살균력을 지닌 물을 만들어, 다시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었다.
"집채만한 플랜트시설이 있어야 가능한 이 기술을 비데에 적용하겠다고 하니 다들 의아해했죠. 기술의 설비인 전기분해장치의 크기를 줄이는 게 관건이었죠."
이를 위해 웅진코웨이 전체 엔지니어 17명이 달라붙었다. 국내 비데 업계 전체 엔지니어가 30여명으로 추산되는 걸 감안하면 업계 전문가 절반이 매달린 셈이다. 그렇게 3년 동안 1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며 전력투구한 끝에 권 연구원이 이끄는 팀은 성냥갑 크기의 살균수 생산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권 연구원은 "성능시험을 위해 온갖 균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한번은 팀원의 절반이 장염으로 고생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웅진코웨이는 최근 일본 유수의 비데업체와 기술수출을 위한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일본 기업체 임직원이 오면 다 보여줬는데, 이제는 좀 가릴 건 가리고 보여준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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