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출검(對敵出劍), 얏! 얏! 향우격적(向右擊敵) 으이 얍!!"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삼일중학교 운동장. 이 학교 1, 2학년생 100여명이 길이 80㎝가량의 목검을 손에 들고 무예 동작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전통 무예 24기 중의 하나인 '제독검(提督劍)' 동작이다.
무예 24기는 조선시대 정조대왕 때 편찬된 무예서적 '무예도보통지(1790)'에 수록된 궁중무술이다. 이 문헌에는 지상무예 18기와 마상 무예 6기가 수록돼 있는데 정조대왕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壯勇營) 군사들이 무예 24기를 배우고 익혀 정조의 호위와 수원 화성수비를 맡았다고 전해진다. 그 수원 화성 안에 위치한 삼일중학교 학생들이 200여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전통 무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처음 배우기 시작해 이제 겨우 5번째 수업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동작은 아직 서툴렀다. 좌우 손을 반대로 잡고 있는 경우도 있고 검을 휘돌아 베라고 했더니 발이 엇갈려 비틀거리기도 한다. 상대방의 칼을 가로 막아 보지만 상대방 힘에 밀려 자기 목검을 자기 이마에 찧기도 한다. 하지만 검과 함께 내지르는 기합소리만은 우렁찼다.
제독검은 무예 24기 가운데 가장 배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위망을 뚫을 때 사용하는 기술들을 주로 담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동작이 크고 화려한 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배우기 쉽다지만 제대로 익히려면 숙련된 전문가라도 수개월이 걸린다. 지금처럼 학생들이 1주일에 1시간(연 교육시수 32시간) 연습으로 습득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목검을 손에 잡고 우리의 것을 배우려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교육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백일현 교장은 "창의적 체험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사물놀이 탈출 등을 놓고 고민하다 '수원 화성'이라는 지리적인 연계성 등을 고려해 무예 24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전예원(14ㆍ중2) 양은 "처음에는 동작이 크고 강해서 여학생들이 배우기엔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하지만 선생님(무예전수자)들이 자상하게 가르쳐주고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된다"고 했다. 같은 학년 차지은양도 "텔레비전 사극에서만 보던 무술을 직접 해 보니 재미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1주일에 한 시간 연습 하다 보니, 동작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우리 전통 무예의 정신을 배우기엔 역부족이다. 진전살적(進前殺敵), 초퇴방적(初退防敵), 휘검향적(揮劍向敵) 등 한자어로 된 자세 이름도 생소하기만 하다. 조주혁 무예전수자는 "수업재료가 딱딱하고 생소한데다 시간 여유도 없어 걱정했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의외로 열심히 잘 따라와주고 있다"라며 "우리 전통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 무예 24기 시범은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수원 화성행궁 앞 마당에서 재연된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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