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회사에 다니는 이효성(27)씨는 잦은 술자리 탓에 여자 친구와 헤어질 위기를 맞았다. 여자 친구가 "깔끔하고 세련된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것 같다"며 연락을 끊은 것. 위기의식을 느낀 이 씨는 본격적으로 차도남 변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여자친구에게 청소부터 요리까지 선보이기로 하고, 퇴근 전 로봇청소기를 원격조정해 집안 정돈부터 시작했다.
이른 바 차도남이 인기다. 혼자 살아도 깔끔하고 세련된 남성들이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면서'퀴퀴한 싱글남을 차도남으로 만들어 주는 가전'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 가전만 잘 활용해도'담배 냄새와 구겨진 와이셔츠 차림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싱글남'을 탈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늦게 하는 싱글 남성이 늘어나면서 주부에 버금가는 소비층으로 뜨고 있다. 상대적으로 살림에 서툴다 보니, 비싸더라도 쉽고 편리한 가전에 관심이 높다. 김철현 하이플라자 강서본점 지점장은"예전에는 신혼 부부들이 주로 찾던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남성들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경제력 있는 30중ㆍ후반 미혼 남성들의 구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 퀴퀴한 냄새여 안녕
살림의 기본인 청소를 혼자서도 잘하는 로봇 청소기가 인기다. 삼성전자 로봇 청소기 '탱고 스텔스'는 몸체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를 통해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듯 집안 내부 영상을 초당 30회 간격으로 촬영하고, 스스로 청소 해야 할 곳을 인지해 먼지를 빨아 들인다. 탈ㆍ부착이 가능한 초극세사 걸레가 바닥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까지 닦아 준다.
LG전자의'로보킹 듀얼아이'는 1시간 간격으로 예약기능이 가능해 출근하기 전 타이머를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집안을 청소해 준다. 소음도 48Db로 거의 없어 저녁 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외출 전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알아서 청소부터 쓰레기까지 스스로 비우는 독일 청소장비 전문 업체 카처의 로봇 청소기도 비싸지만 반응이 좋다.
▦ 구겨진 와이셔츠는 이제 그만
스타일의 완성은 패션. 리빙엔의 다리미는 바지를 판에 맞춰 걸어 놓고 버튼만 누르면 60도의 온도로 주름을 펴준다. 문지르는 방식이 아니어서 번들거림도 막을 수 있어 남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살균, 건조까지 욕심을 내면 LG전자 스타일러를 눈여겨볼 만하다. 정장, 코트, 울, 니트, 기능성 의류까지 세부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 언뜻 보면 냉장고나 장롱 같이 생겼지만 남성 정장에 필요한 바지 주름은 지켜주고, 활동하면서 생긴 주름은 펴주는 역할을 한다.
직장인 이중규(30)씨는"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자취 기간이 길다 보니 살림을 제대로 갖춰 놓고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며 "결혼 후에도 계속 사용할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한다.
▦ 요리하는 남자
요리솜씨도 여성을 사로잡는 매력 중 하나.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승조(32)씨는"여자친구를 대접해 주고, 혼자 살아도 제대로 해먹고 싶다는 생각에서 요리를 하게 됐다"며 "손쉽게 고급 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 기기들이 많이 나와 좋다"고 말한다.
쿠첸이 출시한 스마트서라운드IH 압력밥솥은 9분만에 밥을 지을 수 있어 바쁜 아침 시간에 특히 유용하다. 삼성 지펠 세라믹 오븐은 스스로 내부를 살균하고, LG전자의 광파오븐은 120가지 저장된 요리법 대로 요리해준다.
식후에는 네슬레의 소형 커피머신 네스프레소 차례. 커피분말이 들어 있는 캡슐만 넣어주면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내는 제품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 가정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정통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싱글족이 부쩍 늘면서 가전 사용 트렌드가 결혼 전'대충 쓰고 버리던 가전'에서 결혼 전부터 '제대로 쓰는 가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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