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ㆍ27 재보선 패배 후유증 수습과 당의 진로 논의를 위해 2일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 연찬회에서 '주류 2선 후퇴론'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격돌이 벌어졌다. 향후 여권 쇄신의 방향과 방법을 둘러싼 지난한 논란을 예고하는 것이다.
양측은 지금의 상황이 여권에 심각한 위기라는 진단에는 이견이 없었다. 남경필 의원은 "이대로 가면 탄핵 때보다 더 심한 (총선)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고, 최경희 의원은 "한나라당은 응급실 중환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된 김태호 의원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어뢰에 격침 당하는 듯한 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패배 책임론과 쇄신의 방법을 두고는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연찬회 및 연찬회장 주변에선 소장파를 중심으로 주류 퇴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성식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육부장관 등 다른 자리로 옮겨 당원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도 "당 운영에 책임 있다고 할 수 있는 쪽에 계속 맡기기보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6일 실시되는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중립 인사가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며 주류 원내대표 불가론을 폈다.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를 비판했으나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는 발언은 거의 없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선거결과에 당 지도부는 사퇴했는데 정부는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있다"며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대통령만 싸고도는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이 핵심(문제)라며 "대통령에겐 예스맨, 국민에겐 벽창호"라고 비판했다. 정태근 의원은 "청와대가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부터 배격하고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동규 의원은 "청와대에 연락하면 리턴 콜(답신 전화)도 없더라"고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친이계 주류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책임론을 두고 다툴 게 아니라 계파간 화합을 통해 여권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논리다. 친이재오계 핵심인 이군현 의원은 주류 퇴진론에 대해 "옳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특정인에게 책임지라는 것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며 "친이와 친박이 화합하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률 의원도 "친이계가 아니라 모두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은재 의원은 "왜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가"라며 "남 탓을 하기 전에 계파간 이전투구 같은 우리 잘못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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