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뗀 한국 여자 럭비의 ‘동량지재’를 찾기 위한 ‘과거(科擧)’가 열렸다. 태극 마크의 꿈에 부풀어 시험장을 찾은 40여명의 낭자들이 2시간 30여분간 온몸을 내던지며 투혼을 불살랐다.
대한럭비협회는 ‘2기 여자 대표팀’ 구성을 위한 공개 테스트를 1일 오전 연세대 운동장에서 실시했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지난해 처음 꾸려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섰지만 6전 전패에 그쳤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여자 럭비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겨냥해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근간으로 ‘뉴 페이스’를 보강해 내부 경쟁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 올린다는 것이 협회의 복안이다. 한국 여자 럭비의 개척자가 될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방안이 이날 실시한 공개 테스트다.
기존 대표팀 선수라 할지라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태극 마크를 다시 달 수 있다. 이들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초심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표적인 이가 4년 구력을 자랑하는 대표팀 주장 이민희(24)씨다. 그는 ‘초심자’들이 가장 고전한 볼 캐치와 키킹에서 ‘베테랑’다운 안정된 기량을 과시했다. 이씨는 럭비와의 인연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말한다. 2007년 인터넷 검색 중 외국인 럭비 동호회‘서울 시스터스’의 기사를 읽은 후 수소문 끝에 가입, 대표팀 주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그는 “볼을 들고 뛸 때나 태클을 할 때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럭비의 ‘마력’을 설명했다.
채성은(18ㆍ가림고)양은 럭비를 위해 입시에서의 불이익도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럭비를 특기 종목으로 인정해 주는 학교가 없어 입시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마음에 힘들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럭비는 구기종목 가운데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경기로 꼽힌다. 테스트도 타이트하게 진행됐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이들도 혀를 내둘렀다. 지그재그 달리기와 50m, 100m, 800달리기에 싯업과 푸시업까지 숨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서울대 축구 동아리 소속의 황연수(21ㆍ서울대 체교과)씨는 800m 달리기에서 조 선두를 차지한 후 운동장에 대자로 누운 채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숨을 고른 그는“이틀에 나눠서 치를 테스트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 듯 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날 테스트에는 조정, 태권도, 육상,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의 출신들이 참가해 땀을 흘렸다.
박태웅 협회 사무국장은 “대체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응시자들의 기량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 주 협회에서 회의를 열고 운동 능력과 체격 조건을 기준으로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럭비 대표팀은 이달 말게 소집돼 9월 상하이 7인제 국제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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