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 없는 알카에다는 누가 이끌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세계 최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향후 활동을 지시할 인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빈 라덴은 생전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빈 라덴이라는 구심점을 내세워 조직의 영향력을 극대화한 알카에다의 전략을 감안하면 그의 공백을 메울 대리인을 찾을 게 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알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빈 라덴에 이어 조직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알자와히리는 서방 정보기관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1년 9ㆍ11테러 이후 수십개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테러리즘의 정당성과 조직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 알카에다의 핵심 두뇌로 활동했다. 특히 빈 라덴이 미국의 집요한 추적을 받게 되면서 사실상 알카에다의 실질적 지도자로 인식돼 왔다.
마이클 매코넬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007년 "빈 라덴은 명목상 리더에 불과하며 알카에다의 모든 작전과 세부지침은 알자와히리의 손에서 이뤄진다"고 밝혔었다. 빈 라덴이 감시망을 피해 다니느라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알자와히리가 자연스레 전권을 휘두르게 됐다는 것이다. 빈 라덴과 더불어 알카에다의 대표격으로 추앙받던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2006년 6월 미군 공습에 의해 사망한 이후 조직을 추스른 것도 알자와히리다. 그는 지난달 아랍권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겨냥해 "민주 정부는 반(反)종교적이고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서방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알자와히리는 1951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자국 명문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80년대 중반 파키스탄 북서부를 여행하던 도중 빈 라덴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테러 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또 알제리, 모로코, 말리 등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의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압델 와두드, 예멘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안와르 알올라키 등을 빈 라덴의 후계군으로 꼽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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