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탁구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4ㆍ인삼공사)은 그동안 한국탁구를 이끌어왔다.
1997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그는 15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그런 그에게 '불명예' 딱지가 붙는 시련이 닥쳤다. 2011 로테르담 세계선수권(5월8~15일) 대표 선발 과정에서 상비군에 없던 오상은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논란은 '임대 선수 중 국가 상위 랭커에 한해 국가가 필요할 때 상비군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대한탁구협회의 규정 덕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오상은으로선 논란의 대상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사실 자체가 달가울 리 없었다.
지난 24일부터 단양에서 막바지 훈련에 매달리고 있는 오상은은 '대표 선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찌됐든 내가 지난 3월 상비군 선발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표했다.
이후 그는 절치부심했다. 대한탁구협회 강화위원회와 협회 전체 이사회의 동의로 추가 상비군 자격을 얻어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렸다. 부상 탓에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던 오상은은 스페인오픈 출전을 주저했다.
결국 그는 "스페인오픈에 나가지 않을 거면 당장 선수촌에서 나가라"는 유남규 감독의 일갈에 짐을 쌌다. 하지만 '마지막 올림픽 출전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 독기를 품고 2시간 만에 다시 입촌해 자신을 채찍질했다.
마침내 오상은은 스페인에서 2년 만에 국제탁구연맹(ITTF) 오픈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전화위복에 성공했다. 오상은은 지난 25일 발표된 ITTF 랭킹에서 11위(2443점)로 뛰어오르며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 전망을 밝혔다.
현재 규정상 세계랭킹 상위 28위 내 국가별로 2명이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오상은은 한국 선수 중 10위 주세혁(2468점ㆍ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랭킹을 갖게 됐다. 이전까지 11위였던 유승민(2426점ㆍ삼성생명)이 13위로 떨어졌다.
랭킹 점수가 다른 대회보다 높은 세계선수권 결과에 따라 올림픽 자동 출전권의 향방이 갈리게 된다. 오상은은 "탁구인생에서 부담이 가장 큰 대회다. 경기에 대한 부담보다는 사람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며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나를 지지해준 감독님과 협회 사람들에게 죄송할 것이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11차례나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오상은은 2001년과 2003년 복식 3위, 2005년 단식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복식 4강, 단식 8강을 목표로 잡았다. 단식에서는 중국 선수와 맞붙을 텐데 컨디션에 따라 8강 이상도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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