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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못 마친게 恨… 대학 가서 실버 문제 전공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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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못 마친게 恨… 대학 가서 실버 문제 전공하고파"

입력
2011.04.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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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여중고 늦깎이 학생 위한 수능대비반

"자, 6페이지 펴 보세요. 첫 번째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그림이 있는데 두 번째는 더 간단해지고 마지막은 더 쉬워졌죠. 정답 칸에는 어떤 글자가 들어가야 할까요."

박미영(37) 교사가 질문을 던지자 학생들은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박 교사가 "그럼 '새가 나뭇가지를 모은다'라고 생각해 보세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모을 집(集)"이라고 외쳤다. 박 교사는 "뜻(새 隹)과 뜻(나무 木)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글자(모을 集)를 '회의 문자'라고 하는 거에요."라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찾아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중고. 중학교 교실에서나 볼 법한 한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10대가 아닌 40~60대 지긋한 나이의 '수능 대비반' 어머니들이었다.

2001년 문을 열어 200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학력인정평생학교인 일성여중고는 배움에 목마른 늦깎이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수능 대비반을 개설했다. 어머니 학생(?)들이 굳이 수능을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학생이 하는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하자"는 이선재 교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영어와 한문 국사 등 3개 반이 만들어져 과목당 주 1, 2회 1~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의 나이가 비교적 많다 보니 수업 진행 방식도 독특한 편이다. 박 교사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가 쉽게 되도록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예컨대 이렇다. '모실 시(侍)'는 사람(人)과 절(寺)이 합쳐져 '절에서 사람이 부처를 모시다', 술자리에서 외치는 '건배(乾杯)'는 잔(杯)이 마르다(乾)는 식이다. 박 교사가 혼인할 혼(婚)자를 설명하며 "여자(女)와 어둡다(昏)가 합쳐진 거에요. 여자랑 어두워져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결혼이죠"라고 하자 학생들은 박장대소했다.

올해 2월 졸업생 332명 가운데 240여명이 수능을 볼 정도로 어머니들의 열기는 여느 고3 교실 못지 않다. 중학교 과정부터 시작해 4년째 다니고 있다는 전성순(52)씨는 "자녀들을 키우면서 생각하는 폭이 좁다는 걸 느꼈다"며 "아내 엄마 학생 1인3역을 하기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엄마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줄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돼 지난해부터 학교에 다녔다는 이미경(48)씨는 "우리말에 한문이 많은데 수업을 듣고 나서는 대화할 때 훨씬 이해도 쉽고 성현들의 말씀도 배우게 돼 즐겁다"고 했다.

2년제 과정이라 올 7월부터 본격적인 고3 수험생이 되는 이들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실버(Silver)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데 대학에 진학하면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깊이 배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성여고 관계자는 "수능 도전자들이 한 과목이라도 1등급을 받아 스스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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