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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로 돌아본 김연아의 1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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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로 돌아본 김연아의 13개월

입력
2011.04.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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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곡 지젤은 프랑스가 ‘원조’지만 한국에서는 러시아 버전이 많이 공연된다. 공교롭게도 김연아(21)가 지젤을 연기한 곳도 러시아 모스크바다.

김연아는 29일(한국시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펼쳐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1점으로 1위에 올랐다. 믿었던 첫 점프에서 비록 실수가 있었지만 그래도 1위를 지키면서 우승을 기대케 했다. 13개월의 공백을 실감할만한 장면은 거의 발견하기 어려웠다.

시골 처녀 지젤이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을 당해 목숨을 끊은 뒤 유령으로 연인과 재회했듯 김연아의 13개월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역대 최고점 금메달로 정점을 찍은 김연아. 그는 올림픽 직후 열린 토리노세계선수권서 쇼트프로그램 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제어하기 힘든 허탈감이 밀려든 탓이다. 그래도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1위로 의미 있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소속사에서 독립한 뒤 아이스쇼에서 팬들을 만난 김연아는 지난 8월 견디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 찰떡궁합을 이뤘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결별한 것. 결별 이유를 두고 양 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김연아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의 김연아에게서 귀족 알브레히트에게 배신당한 지젤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김연아의 뜻하지 않은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10월 근거지를 캐나다에서 미국 LA 근교로 옮겼고 피터 오피가드(미국)를 새 코치로 선임했다. 어린 시절 우상인 미셸 콴(미국)의 형부였다. 새 마음 새 뜻으로 훈련을 재개한 김연아는 11월 말 새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복귀에 가속도를 냈다. 이 와중에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일본 방송의 훈련 방해도 있었다. 또 올해 3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세계선수권은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초점을 3월에 맞췄던 김연아는 국내에서 세계선수권을 준비했고 드디어 모스크바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지젤의 1막 엔딩인 주인공의 자결로 마무리됐다. 2막의 하이라이트인 부활은 프리스케이팅을 위해 남겨뒀다. 프로그램은 아리랑이 포함된 ‘오마주 투 코리아’. 지금의 김연아를 있게 한 조국에 바치는 감사의 편지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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