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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교사가 힘을 잃으면 공교육은 死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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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교사가 힘을 잃으면 공교육은 死교육"

입력
2011.04.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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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15일)이 달력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5월은 교사들에게 축제의 달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악몽(惡夢)의 달'로 교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정 당국은 5월이면 어김없이 교육비리 색출 카드를 꺼내놓고 있고, 교육 당국은 "촌지 받는 교사들은 X망신을 주겠다"며 한술 더 뜬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교육 현장의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할 교사들이 교육 당국에 의해, 혹은 교육감들에 의해 개혁 대상으로 찍혀 난타 당하고 있다.

사기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고, 권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제간의 끈끈한 정 역시 싹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CEO 안양옥 회장은 "작금의 교단의 현실이 고통스럽고, 한편으론 개탄스럽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는 "교육 정책의 흐름이 교사들의 수업 의지를 꺾어놓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결국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라며 "공교육을 불신하는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스승의 날을 보름여 앞둔 29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회장실에서 만난 안 회장은 교원들의 자존감 회복이 교육 현장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_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다. 예년처럼 일부러 문을 닫을 필요성이 없어졌겠다.

"스승의 날은 교원이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보는 특별한 날이다. 그런 날에 문 닫는 것은 정말 비극이다."

_교원들이 그걸 모르진 않을텐데.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촌지 때문이다. 교원이나 학부모들은 '촌지= 돈 봉투'라는 인식부터 없애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교육 현장에서는 돈 봉투 없애기 운동이 벌어져야 옳다. 스승의 날엔 '촌지'가 있는 게 당연하다. 돈 봉투만 없으면 된다. 말을 통한 칭찬이나 편지 보내기 같은 순수한 '촌지'가 얼마나 많은가"

_스승의 날은 여전히 필요한 기념일인가.

"부연하지만, 교원으로 하여금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하고 사회 각계에 교육의 중요성과 교권풍토 조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교원에게만 필요한 기념일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뜻깊은 날로 여기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전후해 학교를 한번 방문해도 좋지 않을까."

_스승의 날을 차라리 없앴으면 하는 교원도 있지 않나.

"그런 주장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사회 일각에서 교직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들춰내는 것에 따른 자탄의 목소리다. 둘째는 교직의 성직관적 또는 전문직적 시각을 벗어난 노동자적 시각에서 노동절 또는 별도의 '교사의 날'을 주창하는 일부의 주장이다. 둘다 이해는 간다."

_한국교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교총이 최근 관련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다. 교원 10명 중 7명이 스승의 날 변경을 반대했다. 이게 교총의 생각이다."

_감사원과 경찰이 5월부터 교육비리를 대대적으로 단속한다.

"그건 아니다. 5월만 되면 교육계는 동네북이다. 지난 진보 정권이 그랬는데, 보수 정권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일부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정부가 자제해야 옳다."

_교육비리를 손대지 말라는 얘긴가.

"부정과 비리는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이건 교원을 포함한 모든 교육계 종사자들이 바라는 바다. 그렇지만 수업을 천직으로 여기면서 학생 가르치기에 매진하는 대다수 교원들의 사기를 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치 모든 교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것 같은, 그런 식의 포퓰리즘적 발상을 정부가 앞장서 하는 건 치졸하다."

_교원들의 사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근거는 있나.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등 교원 811명에게 물었더니 최근 1~2년간 교원의 만족도 및 사기가 저하되었다는 대답이 63%나 됐다. 현실이 이렇다."

_왜 그런가.

"모르긴 해도 교사의 권위 상실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권은 교직사회를 급진적 개혁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학교현장과 괴리된 정책을 남발하는 바람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_그것뿐인가.

"더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스승공경 풍토가 점점 희미해지지 않나.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과 학부모에 지나치게 치우진 정책이 집행되다보니 교육공동체의 균형추가 무너지고 교원들의 주체감이 상실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체벌 전면 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라 학생지도권을 상실한교사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_사제간의 정리(情理)가 실종됐다는 말인가.

"과거에 비?사제간의 훈훈한 정이 약화된 건 틀림없다. 사제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사라지고 지식의 전달만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삶과 꿈, 인성, 도덕과 예의, 사람다움의 가치를 상호작용에 의해 깨우치는 교육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안타깝다."

(안 회장은 "올바른 교육이란 지, 덕, 체를 지향하는 항존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교총은 올해를 '교육본질과 정체성 회복' 원년으로 선언했다. 올해 스승의 날 기념식에 이를 선포한다.)

_누가 무엇이 사제 관계를 삭막하고 무의미하게 만들었나.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나라보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뜨겁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이런 교육열이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이 아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활용되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다, 일부 정치인과 교육행정가가 주도하는 교육정책의 학교실험장화, 여기에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몰고가면서 교직 위상이 약화됐다. 교권이 동시에 추락했는데, 이런 다양한 변인이 학교를 막장으로 몰고 가고 있다."

_교원 스스로의 문제도 있지 않나.

"그런 측면도 있다.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교육과 제자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무명교사'들이 넘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사를 왜 '국가 건설자'로 치켜세우겠는가. 부와 명예보다 2세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긍심 하나로 묵묵히 교단을 지킨 교사가 있었기에 인재 육성과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가능했다. 존경받는 스승은 교직사회가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해선 안 된다."

_열정을 가진 교원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교사들의 교육열은 대단히 높았었다. 1970, 80년대, 아니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아니다. 교사들의 열정은 식은 반면 학부모 열정만 높아졌다. 대단한 아이러니다. 우리 교육이 입시라는 수단적 목표에만 매몰된 탓이다. 학교가 이런 걸 치유해야 하고, 교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도 정부는 교원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교원들이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_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뜻인가.

"선진국에선 한국교육을 본받자고 한다. 우리 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교육이 갖는 강점도 크다. 단점은 줄이고 강점은 더 강화시키는 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없는 공교육이 국방비 수준에 맞먹는 사교육과 경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해법은 있다. 절망하지 않고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모으면 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딜레마다."

_학교가 공교육 추락을 자초한 측면은 없나.

"대입시 같은 교육의 결과주의적 접근방식이 화근이다. 우리는 돈을 매개로 교과지식 전달에만 매진하는 사교육과 교과학습 생활지도 같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요구받는 학교교육의 차이를 외면한다. 툭하면 '학원은 잘가르치는데 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이런 접근 방식으론 공교육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은 구분돼야 한다."

_이명박 정부는 사교육을 잡으면 공교육이 살아날거라고 믿는 것 같다.

"공교육을 살리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비정상적인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는 시도는 당연하다. 그렇다고 사교육 규제를 교육의 목표로 삼는 것은 오버다. 생물과 같은 사교육 시장의 변화에 정부 정책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공교육 강화에만 초점을 두면 되는 것 아니냐."

_학부모나 학생들은 학교를 무한신뢰하지 않는다.

"공교육 발전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계가 요구해온 재정 투자와 교원사기진작책은 진전된 게 없다. 교원이 힘을 잃은 공교육은 사(死)교육에 다름 아니다."

_한국교총이 보수 정권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있다. 태생적인 한계인가.

"교총이 정권에 좌우되어선 교직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국민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한다. 교육의 항존성을 지향하고 본질적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의 전통을 중시하면서 정부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_정부에 쓴소리를 꺼리지 않나.

"교총 회장 취임 일성이 '대안없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였다.'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한다.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정부에 제시하고, 조직을 탈바꿈시키는 것이 책무다. 몸에 좋이 약이 입에 쓰다고 하지 않나. 쓴소리, 곧은소리는 하고 있다."

_자율형 사립고 제도 등 주요 초중등교육 정책들이 현장에서 착근이 안 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부여하고 학교의 毛英??통한 교육의 수월성 추구라는 정책 목표와 취지는 옳다. 하지만 교육현실과의 괴리, 사교육비 증가라는 부작용, 일반계고의 좌절감, 뭐 이런 것까지 고려한 다음에 단계적으로 접근했으면 좋았는데 무시된 면이 강하다."

_그런 과정에서 교총이 의견을 냈나.

"정책 입안 및 추진단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총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교총은 교과부가 받아들이든 말든 현장성이 담기고 대안을 갖춘 정책을 끊임없이 제시할 것이다."

_주5일 수업 전면 실시가 교총 안이 맞나.

"학부모 78%, 학생 88%, 교원 70% 이상이 찬성하는 게 주5일 수업 전면 실시 방안이다. 이 안을 교총이 제안했고 교과부가 수용했다. 7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는 만큼 올해안에 주5일 전면 수업도 시행됐으면 좋겠다."

_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주5일 수업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일부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13만 여명의 소위 '나홀로 학생' 대책이 관건이다. 이것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상반기 중으로 교과부와 협의해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홀로 학생'을 보호하고 이들의 교육을 위해 돌봄교실 같은 학교 중심의 프로그램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와 연계된 학생보호 인프라를 구축하면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다."

_정부가 고교 한국사 과목을 필수로 변경했지만 수능 필수 지정은 안 했다.잘한 일인가.

"우리의 뿌리를 찾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하고 자긍심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국사를 배우게 하는 것은 맞다. 다만 글로벌 시대에 쇄국적 방식의 국사가 아닌 세계사적 흐름의 역사를 함께 인식시켜야 한다. 국사를 배우고 알게 하는 것과 대입에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일 수 있다. 수능과 내신에 반영하면 다른 과목와의 형평성, 교육과정상의 문제도 일어난다고 본다."

_체벌 문제에 있어선 교과부 편인가.

"편이란 말은 좀 그렇다. 준비되지 않았고, 학교현장 수렴과정이 부족했던 진보교육감의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의 논란 과정과 중심엔 교총이 있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런 주장이 학교현장과 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교과부가 이걸 반영했다. 간접체벌과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담긴 개정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은 교총의 작품이다."

_대체벌은 꼭 필요한가.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수업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문제학생이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한다면 다수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교사지도권은 필요하지 않나. 또 학교에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했을 때의 제재를 '벌'을 통해 습득하게 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규칙을 교육시키는 효과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체벌은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 동시에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 학교의 책무이기도 하다."

_진보교육감의 체벌 전면 금지는 현장을 모르는 독단적인 결정에 불과한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정책을 추진할 때 더 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진보교육감의 인식 또한 이 정도다."

_교총과 진보교육감은 서로 적대적인가.

"…. 진보교육감들은 현장의 여론수렴 후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불편부당한 인사와 특정세력에 치우치지 않는 가치중립적 교육행정을 펼친다면 교총과 막역한 사이가 되지 않겠나."

_교원평가는 제대로 가고 있나.

"교원평가제 도입의 취지엔 공감한다. 하지만 교원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전문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평가의 정책목표와 취지가 구현되려면 아직 멀었다. 교원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합리적 검증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고 지속적인 연구 역시 필요하다. 정부는 이런 걸 게을리한다."

_교원들이 원하는 교원평가란 대체 어떤 것인가.

"제도를 위한 제도가 되어선 교직사회에 새바람이나 자극을 줄 수 없다. 장기적으론 이 제도가 학교내 하나의 잡무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학교급 수준에 맞고 평가도구의 내용이 학교 현장적이어야 한다. 평가결과는 수업개선이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다양한 자율연수 프로그램이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령이 개정됐지만 후속적으로 초중등교육법을 고쳐 시행하는 게 옳다. 학부모 참여가 떨어지고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보완이 더 필요하다."

_추진한지 30여 년이 되도록 법제화가 안 되고 있는 수석교사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사는 수업으로 말瞞?하며 교직은 전문직이다. 수업 잘하는 교사, 교단교사가 우대받아야 교육력이 배가되는 것이다. 사실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실천적 지혜와 경험을 후배교사들에게 멘토링해 수업개선에 도움을 주는 수석교사제야 말로 교직사회에 꼭 필요하다. 학교경영에 관심과 능력이 있는 교사는 교장 교감 같은 관리직을 맡으면 된다. 교원자격체제를 변경할 시점이 됐다."

_전교조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전교조는 또 하나의 승진 단계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이건 알았으면 좋겠다. 수석교사제는 '직위'의 개념이 아닌 '자격'의 개념이다. 수업을 얼마나 잘하느냐, 교사로서 전문성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수업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느냐 같은 순수한 학생 지도에 국한됐다. 다시말해 학생을 위한 행위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건 학교교육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나."

_전교조는 교총의 적인가.

"같은 교원단체로서 전교조의 실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교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고 이데올로기적 교육이 아닌 방향이라면 전교조와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

_교총이 교원의 이익 대변 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다양한 사회 공익적 활동을 통해 교원이 학교안에서만의 스승이 아닌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교원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익단체로 거듭나려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언어순화사업, 병영체험, 건전한 인터넷 문화조성 캠페인 같은 다양한 공익사업으로 지평을 넓힐 생각이다."

● 안양옥 교총 회장

1956년 전남 보성 출생. 79년 서울대 사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4년 여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했다. 그는 "교사 경험이 교육 현장을 아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89년부터 서울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국교대 교수협의회 회장과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6월 한국교총 회장에 당선됐다. '친화력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큼 대인 관계가 좋다.

인터뷰=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 숨고르기 들어간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 요구'

안양옥 회장은 취임 100일을 즈음한 지난해 10월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이라는 '폭탄'을 들고 나왔다. 무너진 교원의 자긍심과 교권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정치권과 정부가 바짝 긴장한 것은 당연했다.

그에게 "입법 청원 등 후속 조치가 뜸한 것 같다"고 직설적으로 물었더니 다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일종의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전교조 때문에 조심스럽다"…

이런 부연도 뒤따랐다. "(교원의 정치활동과 관련해)교총이 추구하는 것은 이념적인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 참여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 뒤 전교조와 비교하는 시각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교총 입장에선 유초중등 교원에 대한 정치활동 금지가 헌법이 규정한 참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특히 초중등 교원이 정당 가입이나 선거 출마의 자유 같은 정치활동을 보장받는 대학 교원에 비해 차별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안이었는데, 사회에선 이런 순수성을 곱게 안 보고 있다"

입법화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서두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군구 교총을 통해 해당 지역의 후보자들에게 교육 현안을 제안한 뒤 이를 교육 공약으로 받아들이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계획이다."공무원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하자 "교원 가족들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 지지를 밝히는 식이기 때문에 하등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선거때 교총의 정치 간접 참여를 기정 사실화하는 모양새다.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원의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직의 전문성 확립을 위해 1947년 만들어진 전문직 단체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 이미지가 강하다. 교육 관련 현안에 빠짐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월 현재 회원 수는 18만 여명으로 대학 교원도 있지만 대부분이 초중등 교원이다. 16개 시도교총과 초중등교사회, 초중등교장ㆍ교감회 등 직능조직을 두고 있고, 28개 산하단체가 있다. 회원 직선으로 뽑는 회장 임기는 3년이다.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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