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계 수퍼스타 이세돌이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28일 끝난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5번기서 동갑나기 라이벌 중국의 구리를 3대2로 꺾고 우승 상금 3억원을 챙겼다. 올해 첫 세계 타이틀 획득이자 지난 해에 이어 비씨카드배서 2년 연속 우승이다.
이세돌과 구리는 1983년생 동갑으로 같은 해(1995년) 입단했고 비슷한 시기에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성장한데다 둘 다 소문난 싸움꾼으로 기풍마저 비슷해 세계 바둑계서 최고의 라이벌로 평가돼 왔다. 특히 구리가 제1회 비씨카드배의, 이세돌은 2회 대회의 우승자인지라 이번 결승전은 마치 통합 챔피언을 가리는 세기의 대결로 여겨져 전세계 바둑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역시 한국과 중국의 간판 스타인 두 선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매 판마다 아슬아슬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23일부터 시작된 결승 5번기에서 이세돌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돌가리기에서 흑을 쥐게 돼 유리한 흐름이 예상됐지만 중반 무렵 뜻밖에 수읽기 착각을 하는 바람에 일거에 형세를 그르쳐 아쉽게 첫 판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이튿날 열린 결승2국에서 이세돌의 트레이드마크인 컴퓨터 같은 수읽기와 가공할 전투력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중반 무렵까지 팽팽한 형세였지만 돌과 돌이 부딪치는 육박전을 한바탕 치르고 나니 어느 틈에 이세돌의 승리가 굳어져 버렸다,
결승 5번기 승부의 분수령은 바로 제3국이었다. 1대1의 상황에서 맞이한 결승 3국에서 이세돌은 초반 포석에서 실패해 일찌감치 비세에 몰렸다. 구리가 안전하게 마무리했으면 도저히 덤을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구리가 평정심을 잃었는지 이세돌의 승부수에 강하게 반발하다가 수읽기 착각으로 뜻밖의 손해를 보게 돼 그만 반 집을 지고 말았다. 구리로서는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지만 반대로 이세돌로서는 뜻밖의 횡재로 비씨카드배 2년 연속 우승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구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결승 4국에서 심기일전, 다시 승리를 거둬 종합 전적 2승2패를 만들었다. 결승 5번기가 단판 승부로 압축된 셈이다. 비씨카드배 우승 상금이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므로 한 판에 무려 2억원이 걸린 엄청난 승부다. 이세돌은 타고난 승부사답게 오히려 이번 결승 5번기 중에서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항상 초반 포석에서 허점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약간의 빈틈을 보이자 즉각 정곡을 찔러 반면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이후 미세한 계가 바둑이 됐지만 이세돌은 마치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정교한 끝내기 솜씨를 선보이며 상대의 추격을 뿌리쳐 결국 구리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세돌과 구리는 그동안 통산전적이 11승11패로 팽팽했으나 이번 결승전 승리로 이세돌이 14승13패로 한발 앞서게 됐다. 2009년 LG배 결승전에서 구리에 0대2로 패했던 묵은 빚도 시원하게 갚았다. 이세돌은 6월말에 춘란배 결승전(상대 씨에허)이 예정돼 있어 세계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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