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의 서울지하철노조가 제3노총 건설을 추진하겠다며 29일 민주노총을 탈퇴함에 따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양분화하고 있는 노동계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은 지난해 3월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오종세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등을 주축으로 결성된 ‘새희망노동연대’가 모태다. 이들은 양대 노총을 일부 상급단체 간부들 중심의 노동기득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조합 건설”을 자신들의 노선으로 내걸었다. 정치투쟁 방식으로 정부나 사용자측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방식을 통해 권익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노조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자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양대 노총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타임오프(노조활동을 위한 근무시간면제)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노총들과는 입장이 분명히 갈린다. 사용자와 정부에도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 이외에도 KT, 대우조선해양, 서울시공무원노조 등도 뜻을 같이하고 있어 당장 20만명의 조합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7월 본격적으로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면 민주노총의 정치투쟁방식에 염증을 내고 있는 조합원들, 최근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한국노총의 조합원들뿐 아니라 양대 노총 어느 쪽에도 가입하지 않은 31만명의 조합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그러나 제3노총이 과연 양대 노총을 대신해 노동계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를지에 대한 전망은 유보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세력으로 자리잡으려면 최소한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노동운동의 도덕성 쇄신이나 이데올로기 투쟁 배격 등 자신들이 내세운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런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제3노총 추진세력들은 특정정치세력과 연계돼있다”며 “민주적 노동운동세력을 와해시키고 싶어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도구로 이용되다가 용도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타협적이었던 한국노총도 노동운동을 말살시키려는 현 정부와 투쟁에 나선 상황에서 어떻게 싸움 없이 권리를 얻어낼지 의문”이라며 “조직은 만들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미조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상황도 이들에게 불리하다. 제3노총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27일 열린 울산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됐다. ‘노사협조주의’라는 제3노총의 노선에 노동자들이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3노총과 같은 ‘회색노조’들은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강한 노조들이 싸울 때 사용자들이 주는 실리를 챙기려는 기회주의 집단”이라며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로비하는 하나의 협의기구 정도로밖에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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