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세례·전쟁고문… 그것을 견디게 한 힘
그들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 벤 셔우드 지음·강대은 옮김
상상을 비웃는 최악의 사고로 신체와 정신에 유ㆍ무형의 엄청난 흔적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의식을 붙잡는다. 일면식도 없는 10대로부터 황산 세례를 받고 얼굴과 가슴을 잃어버린 여인은 15회의 수술 끝에 겨우 안면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그는 일을 저지르고 달아난 범인을 증오하지 않는다. 다만 몇 달 동안 화상 병동에서 겪은 처참한 시간을 그가 이해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은 인간을 역경으로부터 다시 일어서게 하는 내면의 숨겨진 능력이자 회복 유전자다.
미국 ABC뉴스 사장이 큰 사고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쓴 이 책은 삶에의 의지가 이뤄 내는 기적 같은 일들이 기록돼 있다. 몸무게 66kg의 어머니가 아들을 덮친 1.5톤의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매일 담배와 초콜렛을 애용하던 여인이 122세까지 살며, 베트남에서 전쟁 포로로 붙잡혀 5년 동안 고문당했던 남자가 살아 남은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생존 도구, 생존 지능, 생존 유형 등 살아 남는다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음인ㆍ396쪽ㆍ1만5,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 슈퍼컴퓨터 왓슨, 탄생부터 퀴즈왕 되기까지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 / 스티븐 베이커 지음
2월 16일 미국 ABC 방송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IBM 슈퍼컴퓨터 왓슨이 최다인 74연승 기록을 지닌 켄 제닝스 등 퀴즈 달인들을 물리치고 승리한 것. IT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2007년 왓슨이 탄생해 퀴즈 챔피언으로 등극하기까지 과정을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왓슨이 은유적 표현과 말장난까지 포함된 퀴즈 쇼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의미다. 불현듯 불안감이 덮친다. 컴퓨터에 밀려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 아닐까. 저자의 답은 단연코 'No'다. "똑똑한 컴퓨터가 한가지 효용이 있다면 노래하기, 수영하기, 사랑에 빠지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수한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336쪽ㆍ1만3,500원
이희정기자 laylee@hk.co.kr
■ 논쟁 일으킨 사진 73장을 말하다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 다니엘 지라르댕 등 지음
2004년 안젤리나 졸리의 상반신 노출 사진이 문제가 됐다. 하얀 말이 코로 안젤리나 졸리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는 장면이다. 프랑스 잡지 포토의 표지 사진으로 실렸는데 스위스의 잡지 배급사는 동물과의 성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해 판매하지 않았다. 1920년 영국에서 프랜시스 그리피스라는 소녀가 찍은 사진에는 놀랍게도 숲 속의 요정이 등장해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진실을 밝히려고 나섰다. 후에 그리피스의 조카가 사진이 조작됐다고 밝혔지만 프랜시스는 끝까지 부인했다. 전설적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가 1936년 스페인내전 때 찍은 '공화파 병사의 죽음'이라는 사진은 병사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포착했는지, 연출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을 받았다. 사진의 역사에서 저작권과 초상권의 충돌, 내용 조작, 아동 나체, 사진가의 윤리 등의 논쟁을 일으킨 73장의 사진을 다루고 있다. 현실을 포착하는 사진의 힘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을 잘 짚어 냈다. 정진국 옮김. 미메시스ㆍ320쪽ㆍ3만9,000원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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