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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먹거리의 반란' 식량 위기의 해법: 생태농업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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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먹거리의 반란' 식량 위기의 해법: 생태농업으로 돌아가라

입력
2011.04.2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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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홀트_히메네스, 라즈 파텔 지음ㆍ농업농민정책연구소너름 옮김

따비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인도의 전통적 곡창지대 펀자브주에서는 1993년부터 2006년 사이에 농사지을 돈을 구하려 사채를 쓰다 빚에 몰려 자살을 택한 농부의 수가 15만명이 넘는다. 국민의 대다수가 하루 생활비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빈국 아이티에서는 2008년에 쌀값이 두 배로 뛰자 폭동이 일어났다. 세계에서 손꼽히던 쌀 곡창지대 필리핀은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해 국제 쌀 가격이 상승하면 곧바로 식량 부족에 빠지게 된다. 멕시코는 옥수수를 에탄올 제조에 사용하자 주식인 토르티야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런 일들은 우리와 거리가 먼 후진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90년에는 700만명이 넘던 한국의 농ㆍ어민 수가 최근에는 300만명으로 줄었다. 43.1%에 달하던 식량자급률은 25%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마저 쌀 덕분에 겨우 유지되는 수치로 쌀을 제외하면 겨우 5%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국 국민의 생계와 생활수준이 국제 식량 가격, 석유 가격, 종자 및 사료 가격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 커피 라면 설탕 같은 주요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에릭 홀트_히메네스와 라즈 파텔이 쓴 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식량 위기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그 원인을 파헤친다. 원서는 2007년과 2008년에 전 세계를 휩쓴 식량 위기가 불거진 이후인 2009년에 출간됐다. 저자들은 세계 기아, 빈곤, 생태 파괴의 뿌리를 분석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식량발전정책연구소의 소장과 연구원이다.

책은 식량 위기의 일차적 원인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유가, 중국과 인도에서 늘어난 육류 소비, 지구상 곳곳에서 흉작을 일으킨 기상재해, 사람을 먹여야 할 곡물이 바이오연료라는 허울을 쓴 에탄올 제조로 빠져나가는 현실, 금융 붕괴 이후 투자처를 농상품 시장에서 찾은 국제투기자본 등을 꼽는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것은 표면적 원인일 뿐이고 그 배후에서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북반구 정부와 세계 기구, 그리고 그들의 비호를 받은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먹거리 체계다.

실제로 세계 먹거리 체계는 곡물 메이저를 중심으로 결합한 다국적 농식품복합체가 독식하고 있다. 이 복합체엔 ADM 카길 등 다국적 곡물무역 기업, 거대 종자ㆍ농화학ㆍ비료 기업, 글로벌 가공 및 유통기업 등이 속한다. 이들은 ‘종자에서 슈퍼마켓까지’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식량의 생산 유통 소비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정부 그리고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기구들은 남반구에 개발 정책과 녹색혁명을 강요했고, 이에 따라 남반구 농민에게 돌아간 것은 풍요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땅도, 종자도, 비료도 구할 수 없게 된 현실이었다. 이 틈을 탄 미국과 유럽은 보조금을 주고 과잉생산한 자국 농산물을 식량 원조로 남반구에 제공해 시장을 열었고, 자국 농식품 기업과 무역 업자들이 그 과실을 독점하게 만들었다. 돈이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남반구 농민들은 도시 빈민이 되거나 불법 이민자가 됐고, 식량자급 능력을 잃은 남반구 국가들은 다국적 농식품복합체가 독점한 식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가속화하고 지지한 것은 구조조정과 자유무역협정이다. 이것이 바로 다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농업 대하소설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반구 식량자급률의 급락, 소농과 가족농의 몰락과 이농, 토양ㆍ물ㆍ대기 오염과 농업생태 다양성의 파괴를 일으키는 현재의 세계 먹거리 체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대안 먹거리 체계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농업생태계와 땅 물 등을 고갈시키지 않고 먹거리 생산 자체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의미다. 또 충분한 생산량과 이익을 보장해 농민의 삶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의미다. 저자들은 생태농업이 두 가지 지속 가능성을 모두 살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식량 위기는 결국 사람이 결정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말은 위기의 극복 또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식량주권 및 먹거리 정의 운동을 “우리가 해야 할 일”로 꼽는다. 모든 사람이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 도심지에 식료품 가게를 되살리려는 운동,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먹거리 체계를 이용하려는 운동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단순히 연구 자료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의 근거가 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생태농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지역 발전까지 이뤄 내고 있는 沅竄珦?무토지 농촌노동자 운동, 30년 동안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모델을 만들어 온 중남미의 농민에서농민으로운동, 제2의 녹색혁명을 둘러싸고 유전자조작 작물의 실험장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유기농을 통해 생산성 증가를 이룬 에디오피아의 티그라이 프로젝트, 미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까지 제공하고 있는 지역사회 지원 농업과 도심텃밭 운동 등이 그것이다.

더 정의롭고 안전하게 먹거리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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