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크리스토퍼 라이언, 카실다 제타 지음ㆍ김해식 옮김/행복포럼 발행ㆍ396쪽ㆍ1만6,000원
"현대 성생활의 중심부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요동치고 있다. 길들여진 우리의 무지는 파괴적이다. 우리 종의 성생활의 본질을 모호하게 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의 절반은 소용돌이치는 성적 욕구불만, 성욕을 죽이는 지루함, 충동적 배신, 기능부전, 혼란, 치욕 등 멈출 수 없는 물결에 의해 붕괴되고 만다. 일련의 일부일처제는 실패의 다도해처럼 우리 앞에서 연장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차갑고 어두운 실망의 바다에 고립된 일시적인 행복의 섬들 같다"(11쪽).
이 책에서 던지는 섹스에 관한 질문들은 우리가 평상시에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투성이다. '왜 장기간의 정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힘든 일인가' '왜 많은 중년 남성은 젊은 여성과의 일시적 애정에 모든 것을 거는가' '왜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성적 열정은 식는가' 등이다. 저자는 성적 일부일처제가 부당한 관습이며, 오히려 인류진화학적 관점에서도 모순이라고 이를 설명한다. 일부일처제가 아니었던 과거에는 다수의 아버지를 가진 자녀들이 사생아로 따돌림당하기는커녕 자신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는 한 명 이상의 남자들로부터 혜택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어린 시절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동일한 사회에서 단 한 명의 인정된 아버지를 둔 자녀들보다 종종 의미 있게 높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만약 당신이 죽으면 누군가 다른 남자가 당신 자녀들 중 최소한 한 명을 돌보는 의무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당신 아내가 애인을 만들 때 다른 시각에서 보거나 심지어 축복하는 것이 당신이 들 수 있는 유일한 보험이다"(110쪽).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인간은 음식, 자녀 양육, 흔히 섹스 파트너까지 공유한 평등주의 집단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섹스에 관한 추상적 담론들만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인류학 고고학 영장류학 해부학 성심리학 증거들을 토대로 일부일처제가 실제로 인간 본성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은 섹스에 관한 전통적 관념에 대해 대대적으로 도전한다. 인간 성행위에 관한 선사시대의 기원을 조사함으로써 저자들은 일부일처제가 자연스럽게 우리 종에 나타났다는 표준 이론들의 오류와 약점을 짚어 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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