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그림은 왜 비쌀까?/필립 후크 지음·유예진 그림/현암사 발행·312쪽·1만8,000원
'페인트 통에 빠졌던 고양이나 원숭이가 피아노 건반 위를 걸어 다닌 것 같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던 인상파 회화. 1870년대 프랑스에 처음 인상파 화가들이 선보였을 때 그들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네 시슬레 르누아르의 그림은 거래라고 볼 수 없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가격에 처분됐다.
그로부터 한 세기, 조롱과 야유를 받던 인상파 회화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미술을 정복한다. 세부 묘사와 완성도에 치중했던 이전의 미술사를 내동댕이친 개성 넘치는 붓 터치와 제각각 빛나는 색채는 처음엔 충격, 이후엔 매력으로 다가왔다. 1890년 그려진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가셰박사의 초상'은 100년 뒤인 1990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8,250만달러에 낙찰됐다. 인상파 화가들의 회화는 최고가를 계속 갈아치우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30년간 고가의 인상파 작품을 사고파는 현장에 있었던 저자가 그 드라마틱한 역사와 미국 영국 등의 인상주의 수용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 필립 후크는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의 양대 산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경매에서 활약한 아트딜러다. 대리석으로 장식한 화려한 왕궁을 가진 중동 부호에게 모네의 그림을 팔러 간 개인적 에피소드부터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비밀 결탁 등 미술계 비화들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천문학적 액수로 부풀려진 작품이 쏟아져 나온 배경과 고가의 화폐단위와도 같은 의미를 내포하며 유통되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미술사에서 가려진 또 하나의 세력 아트딜러와 경매인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흥미롭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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