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파출소 이모 경위는 최근 스마트폰을 분실한 민원인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잃어버린 휴대폰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란 것도 아니고, "보험금을 받으려면 분실신고 접수증이 필요하다"는 게 대부분이다. 신고인의 인적 사항과 분실시간, 장소, 경위 등이 적힌 접수증을 1장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20분. 하루에도 10여건씩 접수증을 발급하다 보니 그는 "본업이 뭔지 헷갈릴 정도"라고 푸념했다.
스마트폰 분실 신고가 급증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신고 접수증을 발급하는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휴대폰 분실 신고 건수는 2009년 1만2,279건에서 지난해 6만2,307건으로 늘었다.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지난해 무려 6배가 증가한 것이다. 경찰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올해 신고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실 신고의 급격한 증가는 스마트폰이 100여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인데다, 분실 고장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으려면 분실신고서 접수증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 스마트폰 보험인 쇼폰케어(KT) 폰세이프(SKT) 폰케어플러스(LGT)는 모두 보상 신청 때 경찰서 등에서 발급된 분실확인서나 도난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는 휴대폰 분실신고서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10명 이상 몰려오기 일쑤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파출소는 다른 업무와 충돌을 빚기도 한다.
실제 27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종로의 A파출소에서는 두 경찰관이 폭행시비로 연행된 피의자들을 말리면서 2장의 스마트폰 분실신고서를 떼주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들은 "보험금은 기업들이 받아놓고 증명서류 작업은 왜 우리 쪽에 떠넘기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 허위 신고도 가담하는 추세다. 보험 가입자는 단말기를 분실하더라도 일정액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새로운 휴대폰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서울 B파출소의 한 경사는 "일부 대리점은 분실 신고하면 새 휴대폰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암암리에 가르쳐주기도 하더라"며 "가방 안에 휴대폰을 넣고 와서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해도 모르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해당 이동통신사들은 보험 절차를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해 분실을 보증하는 서류가 필요하다"(SKT) "구두상으로만 확인할 순 없지 않느냐"(KT)는 것이다. 분실 신고 업무를 총괄하는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치안 문제에 집중해야 할 세금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어 경찰 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옥진 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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