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경기 여주군 백석리섬 공군 사격장의 안전구역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주민들의 반대 보다는 인근에 건설 중인 여주보 때문이다. 결국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인해 공군의 공대지(空對地) 사격훈련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8일 "국방부와 여주군,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지난 21일 회의를 열고 여주 사격장의 안전구역 부지 매입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안전구역을 늘리면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하는 여주보와 주변의 위락단지가 군사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군의 오발사고를 막기 위해 여주보에 피탄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취소했다"며 "대신 주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7,000피트(2.1㎞) 상공에서 하는 고고도 사격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앞으로 수원기지에서 출격한 공군 전투기는 여주 사격장에서 저고도, 중고도 공대지 사격훈련만 할 수 있다. 고고도 훈련의 경우 발사 직전까지의 패턴연습만 할 계획이다. 고고도 사격은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는 훈련으로, 북한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적진의 표적을 정밀타격하기 위한 적극적 억제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수원기지는 유사시 가장 먼저 출격하는 최전방 공군기지임에도 고고도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주군수를 비롯한 공무원과 군민 2만여명은 이날 안전구역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본보 28일자 16면)를 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1일 회의에 여주군 담당 공무원이 참석해 놓고선 결과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여주군은 "당시 회의에서 국방부가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공문으로 보내달라는데도 아직 답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방부는 공군 사격장의 오발 사고 등에 대비해 안전구역을 115만㎡에서 848만㎡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달 9일 여주군에 사유지 318만㎡를 매입하도록 제안했다. 이에 여주군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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