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디 엘더스 대표단의 '중국-평양-서울'순방 외교 이벤트가 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방북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의 면담이 무산되면서 전체적인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4년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북한을 찾았으나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지 못했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6자회담 재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 전환과 관련된 대북 메시지를 직접 듣지는 못했다. 또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의 석방 건도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6자회담 관련국과 대화를 가질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이는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비핵화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을 만나지 않고 대화 용의 메시지만 전달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직접 대외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남측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그간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은 순수한 민간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던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또 북한이 남북대화의 중요 변수인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입장을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전달 받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김 위원장이 애초부터 특별히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남북간 대화 창구나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의 중국 방문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건강에 이상이 생겨 카터 전 대통령 일행과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9일 카터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방북 결과를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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