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조짐 속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직접 겨냥한 연합군의 공습으로 카다피의 막내 아들이 사망했다.
카다피의 막내 아들인 사이프 알 아랍 카다피(29)와 손자 3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1일 보도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트리폴리에 있는 사이프 알 아랍의 집에 나토군 미사일이 최소 1발 이상 떨어져 사이프 알 아랍과 손자 3명이 사망했다"며 "공습 당시 같은 집에 있던 카다피 부부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비아의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한 직접적 작전이었으며 이는 국제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숨진 사이프 알 아랍은 카다피의 다른 자식들이 리비아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것과 달리 독일 뮌헨에서 지내왔으며, '말썽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정부의 반발에 나토군 작전사령관인 찰스 보차드는 1일 "나토의 공격 목표는 카다피 정권의 군사시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은 카다피 전쟁도구를 무력화함으로써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NATO가 카다피와 가족을 공습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연합군에 즉각적 정전을 촉구했다.
트리폴리 내 외국 대사관에 대한 피해도 보고됐다. 리비아 야권 웹사이트 베르니에크는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에 있는 미 대사관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대사관 건물과 영국 대사관 건물도 파괴됐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반달리즘 행위"라며 맹비난했고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런던 내 리비아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서방정부는 지난 3월말 리비아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면서 자국 외교관들을 트리폴리서 철수시켰다.
시민군 거점도시인 벵가지에서는 리비아 정부 발표에 한동안 환호가 일기도 했으나 발표가 사실인지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고 있다고 AFP통신이 1일 보도했다. 리비아 국영 TV를 통해 보도됐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또 실제 카다피 아들이 죽었다면 카다피의 보복으로 더 큰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생겼다. 일부에서는 "시체는 어디 있느냐. 시체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1일 튀니지와의 국경지대에서 카다피군과 시민군간 교전이 벌어졌다고 로이터와 dpa통신이 전했다. 카다피군은 30일에도 벵가지 인근마을을 공격해 5명 이상이 사망했다.
신정훈 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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