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외적 분위기는 성숙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북측 제안에 대해 정부는 그리 달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한 김 위원장의 의사 전달 과정에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에 대한 재발 방지와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태도 변화가 없으면 어떠한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련의 북한 도발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이 '보여주기식'정상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제안이 바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군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정상회담 성사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싸늘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좌담회에서 "무력도발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6자회담과 관련 활발해지고 있는 주변국들의 대화 움직임과 맞물려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면 정부는 이를 화해 시그널로 받아들이면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내년보다는 올해 하반기가 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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