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방문길에 오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4ㆍ27재보선 참패로 위기 국면으로 내몰린 한나라당의 상황이 박 전 대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이번 선택은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지역을 떠나서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향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여태까지도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의 패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향후 행보에서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해석을 가능케 하는 언급이었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고개를 들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서초포럼'강연에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했고, 친박 허태열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친박계 내에선 "대선이 1년6개월이나 남아있어 아직은 이르다"는 반대론과 "구당(救黨)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긍정론이 엇갈려 나온다.
어쨌든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유럽3개국 방문에서 돌아오는 내달 초부터 그의 행보를 주목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귀국 직후 특사 방문 성과 보고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당정청 개편 방향과 차기 대선 구도 등 폭발력이 큰 현안들이 의제로 오를 수 있다. 박 전 대표로선 유럽 방문 기간 중 깊은 고민을 통해 향후 행보에 대한 나름의 그림을 그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네덜란드에 도착, 29일 오전 헤이그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특사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포루투갈과 그리스 등을 방문한 뒤 다음달 8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종도=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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