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307계획'의 핵심 법안들이 주초 국방부에서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법제처로 넘겨져 법제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편안에는 한 달여 동안 숱하게 지적된 문제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도리어 곳곳이 누더기처럼 개악됐다. 이런 졸속 안을 조기 실현하겠다고 청와대나 정부는 오로지 앞만 보고 급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안보의 허점을 메우겠다던 국방개혁이 거꾸로 안보를 흔들고 국민 불안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휘구조 개편에 관한 한 307계획은 전면 재고해야 마땅하다. 이래 가지고는 개혁의 명분 달성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빗발치는 비판에 허겁지겁 땜질해댄 대안들은 더욱 가관이다. 복수의 합참차장과 군별 참모차장 등으로 작전지휘체계는 단계가 더 늘어나고 복잡해졌으며, 고위장성 자리 보존으로 상부구조는 상대적으로 더 비대해졌다. 합참의장 순화보직 규정 폐기 등으로 육군 독식구조는 더 심해질 개연성이 커졌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반발을 해ㆍ공군의 이기주의로 돌렸지만, 이걸 보면 국방개혁안 자체가 육군의 이기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런 안을 내놓고도 얼마 전 청와대의 한 비서관이 이의를 제기하는 군 장성들을 향해 "항명으로 간주하겠다"고 건방진 언사를 내뱉었다는 말이 들린 데 이어, "각군 참모총장들을 강등시켜서라도 개혁하겠다"는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까지 보도됐다. 정확한 전언은 아닐지라도 청와대 주변에서 충분히 감지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제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차질 없는 국방개혁 추진" 구호만을 되뇌고 있다. 타당한 불안과 합리적 걱정을 깔아 뭉개는 권력의 오만한 인식과 태도가 국방개혁안을 통해 더욱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다.
정권의 임기 내에 국방개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 시한부터 잘못됐다. 정권의 치적을 만들려 안보의 틀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2015년 전작권 이양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현재의 안보위기 국면에서 도리어 군의 합동성을 해치는 지휘구조개편 논의는 거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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